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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가니에(GO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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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3
최근연재일 :
2022.06.09 23:59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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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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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330

작성
22.05.1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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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Ep.01 새와 알, 그리고 새로운 세계(3)

DUMMY

“후우..”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버그 같은 거는 곧 수정되겠지. 이런 사소한 버그쯤이야 금방 수정될 만한 사이즈의 버그였다.


그런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이 게임에서 처음 접해보는 신선한 시도들은 아주 맘에 들었다. 대신 아까 갓겜이라고 했던 건 취소다. 첫날부터 너무 아마추어 같은 버그였으니까.


“꼬마야.”


여관 주인의 아들내미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다가 내가 이름을 부르자, 흠칫 놀라며 멈춰 섰다.


“일단 가자 너희 여관으로.”

“아.. 하하 그러실래요?”


별로 달갑지 않아 하는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다. AI 수준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끌어올린 건지, 슈퍼컴퓨터 굿 브라더의 능력이 새삼 경이롭다.


“그래. 팁 두둑이 챙겨주마.”


나의 말에 꼬마는 모자를 벗어 가슴 쪽으로 당기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모험가 님. 열과 성을 다하여 편안한 휴식이 될 수 있도록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아무래도 넌 나이 설정이 잘못된 것 같은데?”

“네?”

“아냐. 하하. 여관은 어느 쪽에 있니?”

“저기 조그만 분수 뒤로 보이는 하얀 건물 보이시죠?”

“응 저기구나? 아주 깨끗하고 좋아 보이네!”

“에? 저건 당연히 호텔 급 숙소죠 모험가님. 우리 여관은 그 옆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어요.”


꼬마 녀석이 묘하게 열받는 화법을 구사한다. NPC도 한 대 쥐어박으면 아프려나?


“모험가님 제 머리에 뭐가 묻었나요?”

“아니. 그냥 네 정수리 가마가 신기하게 생겨서 쳐다봤어.”

“..?”

“농담이야. 어머님이 음식을 잘 하신다고 했지?”


공복을 꽤나 오랫동안 유지해서인지 배에서 허기가 느껴졌다.


퍼펙트 VR 머신이 출시된 이후로 가장 큰 변화는 이론상 유저가 머신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머신으로 각종 필수 영양소들을 채워 넣으면, 게임상에서 먹는 음식들에 맞는 열량이 공급된다.


게다가 생리현상에 의한 노폐물까지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고, 미세 신경 조작으로 몸의 근육까지 조절한다. 게임 내에서 운동을 하면 그 운동에 대한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전기와 영양소만 공급된다면, 이론상 인간은 평생 캡슐 안에서 살 수가 있는 것이다.


끼익.


정말로 허름한 여관. 그리고 그에 걸맞은 낡은 나무 문이 쥐어 짜이는 소리. 문을 열자 훈훈한 냄새가 나를 반겼다.


“시호 왔니?”


인자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서글서글한 인상의 여인이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어머? 손님도 같이 왔네? 식사? 아니면 며칠 묵으실 거예요?”

“아.. 일단 하..”


그때, 눈앞에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해피 게이트 고객 서비스 담당자. 수신. 거절.]


담당자로부터 음성통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하 이렇게나 대응이 느려서야.


나는 1골드짜리 동전을 꼬마에게 전달하며 여관의 주인인 꼬마의 엄마에게는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며 말했다.


“이틀 묵을게요. 꼬마야 방으로 먼저 좀 안내해 줄래?”

“네. 따라오세요.”


시호라는 이름의 꼬마는 꽤 괜찮아 보이는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허리의 전대에서 10실버짜리 큰 동전 9개와 1실버짜리 작은 동전 8개를 나에게 거슬러 줬다.


나는 그중 작은 동전 하나를 다시 아이에게 건네며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어. 식사는 조금만 이따가 나가서 할게.”

“네. 좀 이따 봬요.”


아이가 조막만 한 손으로 문을 닫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메시지 창의 수신 버튼을 눌렀다.


[아이고.. 서휘 님?]

“네 루나님 말씀하세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해피 게이트 고객 서비스팀 루나 사원. 바람의 제국 때부터 나를 전속으로 담당을 하는 직원이었다. 똘똘하고 일처리도 빠른 사람이라,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됐다.


[로그아웃 버튼이 안 보이셔서 너무 당황하셨죠? 서휘 님이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지..]

“고객 응대 매뉴얼 읽지 마시고요. 이거 언제 해결되는 지나 알려주세요.”

[앗! 네.. 어.. 음..]


이상하다. 이런 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심하게 당황하는 모습이 굉장히 낯설었다.


“오래 걸려요?”

[네.. 그.. 럴 것 같습니다..]

“얼마나요?”

[서휘 님. 아.. 그게.. 사.. 사실 드릴 말씀이 있는데.. 아.. 제 얘기에 너..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당황은 그쪽이 하고 계신 것 같은데. 버그 원인은 찾으셨나요?”

[하.. 서휘 님.. 사실은.. 게임이 조금 이상해요..]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개발팀에서 그러는데 게임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돼서 오픈 됐대요. 이유도 모르고요.. 지금 이렇게 연락드리는 것도.. 급하게 짠 코드로 우회경로를 뚫어서 한 거예요.]

“...”

[..서휘 님? 괜찮으세요?]


얘기를 잠자코 듣던 서휘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루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강제 종료라도 시켜주세요. 유저들 집으로 직원들 보내면 되잖아요.”

[아.. 저희도 그럴 생각이었는데요.. 제이 님이 회사 접속기로 접속하신 상태이시거든요.]

“제이요? 그 제이?”

[네 그 제이 님이요.]


흥. 랭킹 1위라고 아주 특별대우를 해주나 보네. 회사 서버 바로 앞에서 접속하는 꼴이잖아?


“그래서요?”

[아.. 음.. NT-17에 최첨단 의료기능이 탑재 되어 있는 것도 아시죠..?]

“그런데요?”

[저희가 제이 님의 연결을 강제로 종료하려고 하니까.. NT-17이 강력하게 거부하더라고요. 강제로 종료하면 신경망 과다 자극으로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고요..]

“...”


대체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걱정되는 건..


“제 친구들은 어떻게 됐죠? 사람들이 꽤 많이 갇혀있는 것 아닌가요 그럼?”

[아.. 사실 서휘 님 친구분들을 포함해서 유저들 대부분이 접속에 성공하지 못했어요. 지금 게임에 접속한 유저들은 극히 소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예? 아니..”


한숨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걱정할 가족이 없는 나만 갇힌 게 다행이랄까?


[저희 사측은 유저 분들이 정상적으로 접속을 종료할 수 있을 때까지, 직원들을 댁으로 파견해서 면밀한 관리와..충분한 보상.. 또..]

“됐고. 몇 명이나 갇혔어요?”

[아.. 서른 세 명이요..]

“전 세계에요??”

[네에..]

“하아..”


운도 지지리도 없다. 왜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나지? 보아하니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 말인즉 길면 며칠이나 캡슐 안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라? 그런데.. 애초에 그러려고 했잖아? 그렇다면 이건 오히려 기회인가?


그때, 방금 전 루나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저기.”

[네?]

“제이도 33명 중 한 명이라는 거죠?”

[네 맞아요.]


아이씨.. 하필이면.


“지금 그 사람 뭐 하고 있어요?”

[으음.. 잠시만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설마 벌써 필드에 나가서 레벨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아. 그런데 이 게임은 레벨 개념은 있는 건가?


잠시 뒤, 루나의 자리에서 마이크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게임을 파악하고 계신대요. 마을에서요.]

“루나 씨. 그렇게 소곤소곤 말하면 내가 무슨 염탐이라도 시킨 것 같잖아요.”

[아하하.. 네.]

“그럼 앞으로 뭐 변경사항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네 그럴게요 서휘 님.]

“저희 집 아시죠?”

[네 알죠.]

“영양 캡슐 충분히 보충해 주세요.”

[네 걱정 마세요 서휘 님.]

“아 그리고.”

[네.]

“제가 있는 마을은 유저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던데요?”


유저라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기본적인 옷과 신발. 그리고 2골드로 시작했을 것이고, 마을에서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돌아다니고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 세계 게이머 중 내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아.. 맵은 전부 파악되는 대로 알려드릴 텐데요. 일단 지금까지 정보의 의하면 유저분들 모두 동일한 대륙에 위치해 있어요. 하지만 시작하는 마을은 랜덤이에요.]

“혹시 나랑 같은 마을에서 시작한 유저는 있어요?”

[아! 완전히 같은 마을은 아닌데요, 지호 님이 서휘 님이 계신 로메오에서 멀지 않은 나플레소라는 도시에 있어요.]

“흐음..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봐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서휘 님. 최대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매뉴얼 멘트는 됐다니까요. 가 봐요.”

[네..]


슈욱.


루나의 풀 죽은 목소리와 함께 대화창이 사라지자, 방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어차피 일은 벌어진 거.. 뭐 어쩔 수 있나. 최대한 먼저 게임을 파악해서 기반을 다져놓자. 설령 서버가 리부트 된다고 해도, 지금 경험해 놓는 게 나중에 중요한 자산이 될 거니까.


그 길로 1층의 식당으로 내려갔다. 빨리 이것저것 알아보며 다니려면 뭐라도 먹어 두는 게 좋았다.


꼬맹이 시호 녀석 말대로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아주 훌륭했다.


‘능글맞은 녀석이기는 해도 거짓말은 안 했네. 짜식.’


식사를 마친 나는 마을을 천천히 돌며 마을에는 뭐가 있는지, 이 마을의 특징이 뭔지 살폈다. 인터페이스 창에 ‘퀘스트’창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어딘가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검.


어느 판타지 세계관이든 검과 마법은 기본이었고, 나는 그 검으로 밥 벌어먹고 살던 사람이다. 그러니 여기서도 내가 사용할 무기는 검이다.


대충 다니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도착한 로메오라는 도시는 변방의 작은 도시인 것 같았다. 아주 옛날에는 대도시였다고 하고, 그 흔적들 역시 여기저기 남아있지만, 지금은 그리 많지 않은 인구를 유지하는 관광 위주의 작은 소도시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지호라는 유저가 있는 나플레소는 꽤나 큰 도시라고 하는 것 같았다. 제대로 된 무기를 구하려면 그 도시로 가보라는 노인들의 말에, 나는 아쉬움에 입맛이 썼다.


시작하는 마을마저 이렇게 차이가 있다니. 이건 조금 불공평한 것 아닌가?


어쨌든 메인으로 사용할 검은 그곳에 가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몸을 보호할 가벼운 가죽 견갑과 흉갑, 그리고 튼튼한 신발을 40 실버에 구매했고, 세 뼘 정도 되는 단도를 10 실버로 구매했다. 제대로 된 무기를 구하기 전까지 비상용으로 구매한 것이었다.


“그럼.. 더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나플레소로 출발할까? 흐음.. 미리 낸 숙박비는 시호 녀석 팁이나 더 준 셈 치고..”


그때, 마을 한 편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전개. 이건 분명 이벤트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벤트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퀘스트가 있다. 나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몸 안에 조금씩 쌓여 가는 마나의 존재를 확인했다.


마치 전신을 조여드는 전투강화복의 느낌처럼 근육에 긴장감이 확실히 전해졌다.


그리고 그 힘을 다리에 보낸다고 생각하자마자, 땅을 박차는 허벅지에서부터 종아리 그리고 발목과 발끝에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오!”


익숙한 느낌. 확실히 전투강화복의 메커니즘과 상당히 유사했다. 물론 마나라는 무한하지 않은 에너지가 변수이긴 했지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던 곳은 내가 처음 마을에 들어오면서 지나쳤던 입구였다.


“와우.. 뭐야 저것들은..?”


쾅!!!


경비병들이 그 네발로 걷는 짐승들을 상대하고 있기는 했지만, 완전히 역부족인 듯했다.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빛이 도는 털. 4인승 승용차만 한 덩치. 코와 주둥이 옆으로 삐죽 솟아있는 날카로워 보이는 두 뿔. 앞으로 툭 튀어나온 주둥이 위에 납작한 코.


생전 처음 보는 생김새의 몬스터였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됐다더니, 저런 몬스터의 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굿 브라더의 작품이라는 건가..?’


그때, 퀘스트 알람이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깜빡거렸다. 나는 손가락을 뻗어 알람을 선택해, 퀘스트의 내용을 눈앞에 펼쳤다.


[퀘스트 : 멧 무리의 습격으로부터 평화로운 마을 로메오를 지켜라.

보상 : 마을 사람들의 신뢰.]


저 몬스터의 이름이 ‘멧’이라는 녀석인가 보다. 그런데 생각보다 보상이 조금 애매한데..? 마을 사람들의 신뢰라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멧은 돌진할 때 마나를 쓴다고! 조심해!”


콰앙!!


경비병 한 명이 거의 압사할 뻔한 모습을 보며, 보는 내가 다 움찔할 정도였다. 저 몬스터들의 엄청난 파괴력은 병사들의 힘과는 비교도 안되게 강해 보였다. 병사들 역시 마나를 다루는 것에 능숙한 듯 보였는데도, 단 한 마리의 멧도 물리치지 못하고 모두 피하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였다.


뭐.. 일단 해봐야지 별 수 있나.


나는 오른쪽 허벅지에 채워뒀던 단검을 뽑아들고 천천히 멧 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다시 알람창이 반짝였다. 직원 루나의 통화연결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루나 씨? 벌써 해결했어요?”

[아뇨 서휘 씨! 빨리 그곳을 벗어나세요!]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려고..”

[얼른요! 위험해요! 게임 내에서 사망한 유저 두 사람이 모두 식물인간이 됐다고요!]

“...??”


하.. 이건 또 뭔데 진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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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p.03 나지르의 마지막 빛(4) 22.06.09 22 1 11쪽
10 Ep.03 나지르의 마지막 빛(3) 22.05.24 29 2 10쪽
9 Ep.03 나지르의 마지막 빛(2) 22.05.20 30 2 9쪽
8 Ep.03 나지르의 마지막 빛(1) 22.05.19 30 4 10쪽
7 Ep.02 게임을 대하는 서른한가지의 방법들(3) 22.05.18 23 4 11쪽
6 Ep.02 게임을 대하는 서른한가지의 방법들(2) 22.05.17 45 5 13쪽
5 Ep.02 게임을 대하는 서른한가지의 방법들(1) 22.05.15 42 3 10쪽
4 Ep.01 새와 알, 그리고 새로운 세계(4) +1 22.05.14 40 7 14쪽
» Ep.01 새와 알, 그리고 새로운 세계(3) 22.05.13 50 7 14쪽
2 Ep.01 새와 알, 그리고 새로운 세계(2) 22.05.12 49 10 14쪽
1 Ep.01 새와 알, 그리고 새로운 세계(1) 22.05.11 87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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