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환승플랫폼

잡몹이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환승플랫폼
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939
추천수 :
71
글자수 :
179,806

작성
22.08.11 19:40
조회
221
추천
3
글자
10쪽

EP 05. 각성자 잡고 레벨업! (2)

DUMMY

“안 대리, 내 자리에 뭐 볼 일 있나.”


유경수는 불 꺼진 사무실 안으로 더 들어오지 않고 문가에서 말했다. 진한 스킨 냄새와 타투로 새겨놓은 듯 언제나 일정하게 뒤틀린 미소. 하지만 어쩐지 풍겨오는 위압감은 평소와 달랐다.


“물었잖아. 내 자리에서 뭐 하냐고.”

“쥐가 있는 것 같아서···찾고 있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나머지 나도 모르게 존댓말을 했다. 그저 존대어를 사용한 것만이 아니라, 목소리에 두 사람 사이의 역학관계가 묻어나 있었다. 유경수도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는 비열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 상사 대접해줄 마음이 생겼나 봐?”

“언제는 또 대접을 안 했다고···.”


저 새끼는 퇴사 안 하나. 예전부터 유경수를 보면서 자주 그런 생각을 했던 건 그가 대리 승진에서조차 번번이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저지른 크고 작은 사고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그가 완전히 자신만의 세상에 산다는 거였다.


“대접해주기 싫으면 잘 좀 하지. 안 대리 때문에 이 개 같은 회사에 남았잖아.”


자신만의 세상에서 그는 정의롭고 완전무결한 인간이었다. 잘못은 언제나 남이 저지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안 대리에게 나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고 대표는 내 내부고발 덕분에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고, 우습게도 직원들은 그걸 근거로 월급이 안 오르는 것이나 이직에 실패한 책임 따위를 내게 전가했다.


“어제 남양주에 다녀왔다고?”


유경수가 사무실로 천천히 걸어들어오며 계속 말했다. 그가 다가오자 이상한 비린내가 풍겼다. 그리고 뭐가 재밌는지 킥킥 웃어댔다.


“고 부장님이 업무지시를 내리셔서···.”


마침내 그가 가까이에 멈춰 서자 비린내가 진동했다. 이게 대체 무슨 냄새야? 그는 내 자리 파티션에 기대어 선 채 다시 말했다.


“용케도 살아왔네. 죽으라고 보낸 걸 텐데.”


그는 아무 능력도 없는 무능한 인간일 때부터 눈치가 없었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이라면 이견 없이 70억분의 1의 강자가 됐을 정도로 강해진 지금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 말이나 지껄여댔다. 뒷담화가 없으니 어떤 면에서는 말이 가장 잘 통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

“고 대표가 그래도 틀린 말은 안 해. 우리 모두 달라져야 한다니까.”


유경수의 표정은 어쩐지 들떠 있었다. 하얀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었지만, 어둠 속에서도 비릿한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마치 최고의 진미를 눈앞에 두고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불길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어딜?”

“안 대리처럼 멈춰 있을 순 없잖아.”


짜잔. 그때, 마치 깜작 파티라도 하듯 파티션 너머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나타났다. 공포와 한이 서린 얼굴. 그건 유경수의 손에 들려 있던 오크의 머리였다. 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헛숨을 들이켰다.


“성실한 락스미스는 매일 밤 사냥을 한다고. 이건 치열한 세계야. 나를 걸고 나아가느냐 꼬꾸라지느냐 하는.”


유경수가 마치 볼링이라도 하듯 바닥에 오크의 머리를 굴렸다. 천천히 굴러간 그것은 자재 창고 문 앞에 멈췄다.


“안 대리, 아직도 고 대표가 내부고발 때문에 당신을 쫓아내려 한다고 생각해?”


이 미친놈이 뭐라고 하는 거지. 공포에 질려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뭐라도 말해야 했다.


“그건 명백합니다. 사람이 법원에서 자주 만나면···생각보다 더 감정이 상합니다.”

“오늘은 말투가 예의 있군. 마음에 들어. 상으로 당신이 왜 여기에 주저앉았는지 알려주지.”


유경수는 자재 창고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나도 홀린 듯 뒤를 따랐다. 그가 창고 열쇠를 꺼내 들었다. 아니 저건 창고 열쇠가 아니다. 락스미스의 금빛 열쇠에서 뿜어져나온 섬광이 자재 창고의 문을 벌컥 밀어젖혔다.


문은 자재창고가 아니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드넓은 공간으로 이어졌다.


【KEY-정의구현】

[스킬 발동 : 아이언 메이든]


못 보던 철제 구조물이 그 안에 있었다. 구조물 안의 광경은 처참했다. 고블린, 슬라임, 맨티코어 등 온갖 게이트 몬스터가 갇혀 있었는데, 고문받은 흔적이 역력했다. 피를 흘리는 경우는 흔했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들도 보였다.


“이게 대체···.”

“열쇠 조각을 모으다 보면 금방 한계에 부닥치더라고.”


유경수가 열쇠가 든 손으로 철제 구조물을 움켜쥐듯 동작을 취하자, 수많은 검은 가시들이 창살 안으로 스며들었다. 순식간에 게이트 몬스터의 절규가 자재 창고를 가득 메웠다.


“이것도 결국 그전에 하던 짓이랑 비슷해. 월급, 퇴직금 모으고 대출 땡겨서 작은 가게를 하나 차리고 밤낮, 주말 없이 장사해서 조금씩 조금씩 키워가는 꿈들을 다들 꾸잖아.”

“차장님도 그러시면 되잖아요.”


변태 사이코처럼 가학 취미나 즐기지 말고. 뒷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삼켰으나, 유경수는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픽 웃었다. 그리고 철제 구조물에 고정해뒀던 시선을 내게 돌렸다. 하얀 눈동자에 펼쳐진 실핏줄이 감옥의 창살 같았다.


“이 사람아. 그게 되겠냐고. 처음부터 한몫 단단히 챙긴 놈들이 갈수록 더 가져가는 구조지. 최아인 같은 놈들 말이야.”

“그러면 대체 이 몬스터는···.”

“즐기면서 살자 이거지. 어차피 출발선에 다르다면 내 본능에 충실해지라고.”


저 새끼 완전히 맛이 갔다. 도망갈까? 아냐. 아까부터 몸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가 아까 안 대리가 이 회사에 아직 여기 있는 이유를 알려준다고 했지?”


유경수가 팔을 들어 올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었다. 그러자 오크, 고블린 따위의 목이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난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사람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게이트몬스터의 죽음이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걸까.


“현중아. 넌 즐길 줄을 몰라.”


유경수는 열쇠 조각을 수거하지도 않고 비웃듯 나를 바라봤다. 틀림없다. 이걸 보여준 이상 놈은 나도 죽이려 들 것이다. 그때 어디에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려줘. 난 아냐.>


철제 구조물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바닥에 작은 나무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의 열린 틈에는 어울리지 않는 초록색 앞치마가 처박혀 있었다. 그때 내 눈앞에 뭔가가 떠올랐다.


[게이트몬스터 : S-103920101. 미믹]


【분류】 잡몹

【등급】 일반

【원한】 [1/5]

【스킬】 저장 강박 LV. 1 시재 점검 LV. 3 공평한 교환 LV. 3


‘순수’한 게이트 몬스터인 피그미 늑대 흑, 백, 적에게는 볼 수 없었던 정보다.


<살려줘.>


잡몹. 저 게이트 몬스터는 내 무릎에 닿을락 말락 할 만큼 낮은 키와 생명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은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한 대 맞은 것처럼정신이 멍해졌다.


“야, 유경수.”

“뭐? 그새 기어오르네.”

“너도 알았지.”


유경수가 말을 멈추는 걸 보고 내가 제대로 짚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이더니 곧 침착하게 대꾸했다.


“뭘 말이야.”

“저것들이 뭔지. 알았잖아.”


<이러다가···늦겠어, 교대···.>


계속 이어지는 소리. 육성(肉聲)과는 조금 달랐지만, 듣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고, 불쌍하게도 사고가 뒤죽박죽인 것 같았다. 하긴 저런 상황이라면 나라도 미쳐버리겠다.


“친구가 락스미스라더니, 알고 있었나 보네.”

“너, 알고 있었으면서도···.”


실린더에서 지워진 글의 제목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지나갔다. ‘위선 떠는 게 더 문제라니까 그러네.’ ‘뒤늦게 출발한 사람들은 잡몹 안 치고 열쇠 어떻게 구함?’ ‘그래, 많이 도태되라. 난 오늘도 열일하련다.’


잡몹은 나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락스미스들은 그걸 알고도 잡몹을 때려잡고 있다.


“이게 열일이야?”


유경수는 잠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의 손에 쥔 열쇠가 서서히 빛을 발했다. 이제 대화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마음대로 생각해. 사실 게이트 몬스터고 잡몹이고 구분도 잘 안 돼. 그리고 이젠 너도 이것들과 뭐가 다른가 싶네.”


【KEY-정의구현】

[스킬 발동 : 죄수의 올가미]


허공에서 난데없이 불의 올가미가 나타났다. 위기를 감지한 몸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아니 닭살이 돋는 게 아니라 털이 자라는 것이었다.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빠른 움직임으로 몸이 뒤로 날았다. 올가미는 허공을 때렸다가 사라졌다. 바닥에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이미 라이칸스로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너?”


조금만 늦었어도 죽었다.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는 딱 맞는 타이밍에 발동해줬다. 아니 너무 늦은 타이밍인가. 철제 구조물 안의 사체들이 눈에 밟혔다. 이제는 거의 고깃덩어리처럼 보였다.


“잡몹이었구나. 안현중.”


그래. 잡몹이라는 게 뭔지 이제야 알았다. 게이트의 영향으로 게이트 몬스터처럼 변해버린.


“크르릉(인간이야.).”


유경수는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대꾸했다.


“잡스러운 인간이지.”


그러는 너야말로 잡놈이었구나. 그것도 천하의 개잡놈.


【KEY-정의구현】

[스킬 발동 : 선고]


거대한 나무망치 형상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아무리 날래도 그걸 다 피해낼 수는 없었다. 키 스킬의 에너지가 실린 나무망치에서 스치기라도 할 때마다 몸이 휘청였다. 이놈의 힘은 확실히 박상미, 조수인보다 윗줄이었다.


부르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크르르르릉(흑, 백, 적!)”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잡몹이 살아남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EP 06. 각성자 잡고 레벨업! (3) +2 22.08.12 207 3 11쪽
» EP 05. 각성자 잡고 레벨업! (2) 22.08.11 222 3 10쪽
4 EP 04. 각성자 잡고 레벨업! (1) 22.08.11 243 4 11쪽
3 EP 03. 잡몹이 되다 (3) 22.08.11 281 6 10쪽
2 EP 02. 잡몹이 되다 (2) 22.08.10 337 6 11쪽
1 EP 01. 잡몹이 되다 (1) 22.08.10 430 1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