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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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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937
추천수 :
71
글자수 :
179,806

작성
22.08.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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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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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04. 각성자 잡고 레벨업! (1)

DUMMY

“안현중 씨 계십니까.”


엘쓰리가 서비스하는 앱에 떠돌이별의 심장을 올린 건 아침 8시였다. 그런데 불과 한 시간 만에 기동팀이라는 사람들이 왔다. 처음에는 사기꾼 아닌가 의심했지만, 문 앞에 찾아온 사람들의 면면을 보자 그럴 리 없다는 걸 알았다.


“엘쓰리 기동팀 장한용 팀장입니다. 떠돌이별의 심장을 판매하신다고요.”


그는 락스미스였다. 열쇠를 꺼내놓지 않아도 그에게 보통 인간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이것 또한 하룻밤 사이에 달라진 점이었다.


“실례지만 입수 경위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장한용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건 그들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미리 준비해놓은 대답이 있었다.


“어젯밤에 게이트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는데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TV에 자주 나오는 최아인 씨 있죠? 그분이 휩쓸고 지나간 덕분인데, 난리 통에 이걸 주웠어요.”


중요한 내용이 중간중간 빠져 있었지만, 거짓은 없는 셈이었다. 게다가 최아인은 엘쓰리 기동팀인 장한용의 차기 오너인 셈이니, 쓸데없는 질문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한용은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통제선을 뚫고 들어갔습니까, 왜요?”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입수 난이도가 큰 물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거였다. 나는 사실 그대로 말하기로 했다.


“회사가 출장을 보냈습니다.”

“···그런 곳으로요?”

“까라면 까야죠. 회사가 다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묘한 숙연함과 동질감이 교차했다면 착각일까. 장한용은 더 묻지 않고 단말기를 내밀었다. 거기엔 이미 그의 서명이 돼 있었고, 나란히 내 서명란이 있었다. 판매 절차는 거기에 서명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곧 내 계좌에 삼천만 원이 입금됐다는 메시지가 뒤따랐다.


어쩐지 꿈만 같았다. 혹시 몰라 팔지 않고 남겨둔 떠돌이별의심장 하나도 마저 팔고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첫 거래라 절차가 조금 복잡했습니다. 혹시 또 이런 행운···이 생기면 조금 더 편하게 거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음료수라도···.”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가봐야 할 곳이 많아서 이만.”


장한용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에서 직장인의 노고가 느껴졌다.


처음에 락스미스로 선택된 각성한 인간들은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가 열리고 괴물들이 쏟아져나왔을 때만 해도 이 세상이 운명을 건 장엄한 전장이 되고 자신은 영웅이 될 거라는 걸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았지.’


락스미스는 생각보다 많았다. 차례로 각성한 인간이 서울에만 십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의 의사 변호사가 3만명 안팎이고, 100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80만명 안팎이다. 10만명은 희소가치가 그렇게 높진 않았다.


물론 숫자가 그쯤 되니 게이트 몬스터의 공세는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 사람이 죽고 시설이 파괴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 희생을 산재 사망자 수나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교하는 보도가 나오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인간은 그 안에서도 학교에 다니고 취업했으며, 장사를 했다. 게이트와 각성자의 등장이라는 판타지가 현실을 못 이긴 거다···. 정부가 굼뜨게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때 락스미스의 특별한 능력을 체제에 편입시킨 건 기업이었다.


장한용이 떠나자마자, 고 부장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서류 확인했어요.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으니 내일부터 출근해요.


기업들이 이렇게 미쳐 날뛴다. 그의 오빠 고명태 사장은 바리 게이트를 제2의 엘쓰리로 만들겠다는 허황한 꿈을 가진 인물이다. 조회 시간에 직원들을 불러놓고 매번 그 말을 한다.


“락스미스로 선택받았다는 건 그만큼 진취적 사고를 갖췄다는 뜻입니다. 새 세상에는 새 능력이 필요해요. 여러분들도 부디 분발하시기 바랍니다.”


직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 대표 자신이 락스미스였다. 그런 그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직원까지 있었다. 게다가 회사 주요 보직을 차지한 그의 가족 중에도 락스미스가 여럿 있었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고 부장은 그게 콤플렉스이기도 했다.


*


바리 게이트. 자동문이나 셔터를 만드는 중소기업으로 업계에서는 제법 견실한 편이었다. 하지만 견실하다는 건 매출이나 영업실적, 기술력에 대한 표현일 뿐 직원에 대한 대접은 그러지 못했다.


-끼익.


이십 년도 더 된 육중한 철문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자동문을 만드는 회사라고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사무실 끝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었다.마주 인사해주려다가 뒤늦게 얼른 손을 내렸다.


인사가 아니라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마치 개라도 부르듯 부른 거였다.


‘내가 개가 된 걸 어떻게 알았지?’


머릿속으로 실없는 농담을 뇌까리고 고 부장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척 보기에도 매우 화가 나 있었다.


“멀쩡하네?”

“네,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그녀는 매우 화가 나 있었지만, 다행히도 오늘은 야근만(?) 지시하고 말았다. 유 차장의 업무까지 떠맡은 것이었지만, 나로서는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그러잖아도 회사에 숨어들어 할 게 있던 차였으니까.


고 부장이 자리를 뜨자 눈치 보고 있던 황재영 과장이 다가왔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고 부장 아침부터 대표한테 엄청 깨지던데.”


직장인 앱에 올라온 후기를 보면 ‘족벌 좋소’에서는 사주 일가끼리 서로 위해주고 챙겨주고 그런다는 데, 이 집안에는 혈육 간에도 따듯함 같은 걸 찾아볼 수가 없다.


“유경수는 출근 안 했어요?”

“인마, 말조심해. 유 차장님 그런 거 민감하잖아.”


쯧. 능력도 없이 승진하더니 눈깔이 뒤집혀서는. 유경수는 왜 안 잘리나 신기할 정도로 무능해서 만년 사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직급이 차장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사장의 새로운 인사 원칙에 따른 거였다.


‘락스미스가 된 게 벼슬이야?’


물론 그가 처음부터 ‘벼슬’이라도 따낸 듯 목을 빳빳하게 세우고 다닌 건 아니었다. 대기업 락스미스 경력 채용에 연달아 떨어지고 회사에 남더니, 사람이 달라졌다. 그때부터 유경수는 락스미스가 아닌 평범한 직장 동료들에게 멸시에 가까운 시선을 보냈다.


“또 면접 보러 갔나. 그 새끼.”

“야, 조심하라니까.”


황 과장은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차장이 되기에 충분한 경력과 연조에도 아직 과장일 테고, 그러니까 2년 전 이른바 ‘선별의 날’에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거겠지. 나처럼.


“심심한데 이따가 회사로 놀러 올까.”

“아뇨 할 일이 좀 있어요.”

“할 일은 무슨, 그냥 숙직서는 거지 뭐.”


어쨌든 황 사장은 드문 사람이다. 좋고 나쁜 게 뭔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져서 좋은 사람이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적어도 이런 세상에서 드문 종류의 사람인 건 맞다.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어서요.”


결국 유경수는 퇴근 시간까지 사무실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외근 후 그대로 퇴근 한 거겠지.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는 걸 확인하고 눈치를 보다가 유경수의 자리로 찾아가 컴퓨터를 켰다.


“역시. 여기 있었군. '실린더(SEAlinder)."”


락스미스들에게는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있다. 그들이 열쇠를 찾아 헤매는 가상의 공간 실린더와 이름이 똑같다. 여기에는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가 오간다.


나 역시 시윤이 아니었더라면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녀는 석 달 전 일본으로 떠난 후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무사한지 모르겠네.’


물론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곳이니만큼 보안도 철저했다. 접속 조건은 두 가지. 먼저 등록된 단말만을 이용할 것. 다행히 나는 유경수가 이 컴퓨터로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모습을 이미 본 적이 있다.


더 까다로운 건 두 번째였다. 커뮤니티는 락스미스 협회 사무처장의 거대한 뇌 속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키 스킬에 조응하려면 키 스킬을 발동해야 했다.


“흑, 뱉어.”


흑은 답답한 가방에서 나오자마자 기지개부터 틀었다. 그러나 곧 백과 툭탁대느라 소란을 떨었다. 툭하면 집중력을 잃는 건 반려견이랑 똑같군. 다행히 적이 두 마리를 서로 떼어놨다. 그러자 흑이 생각났다는 듯 떠돌이별의 심장을 뱉어냈다. 나는 그것을 손에 쥐고 중얼거렸다.


【미친개는 매가 약】


-F급 스킬 ‘미친개는 매가 약(사용자 수 7만2702명)’ 발동이 확인됐습니다.

-실린더 접속이 허용됩니다.


떠돌이별의 심장은 엄청난 자성을 지닌 물질이다. 그리고 그 자성은 오로지 ‘열쇠’에만 반응한다. 나는 그 자성을 이용해 이제는 완전히 소진된 박상미의 키 스킬을 일시적으로나마 빌려왔다.


"역시 엘쓰리가 거금을 주고 떠돌이별의 심장을 사들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문제는 떠들썩하게 이걸 찾아다니다보니 나같은 어중이떠중이도 아이템의 비밀을 알게 됐다는 거였다.


"그래 우선 검색해볼 건 잡몹."


잡몹에 대한 글은 적잖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잡몹으로 검색한 거의 모든 글이 필터링 처리가 돼 있어 읽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읽을 수 있는 제목에는 제한적인 정보만 남아 있었다.


no. 9274. 협회는 이거 알고 있는 거임?

no. 10027. 잡몹이 뭐야?

no. 10531. 근데 확실히 공격 패턴이 일반 몹이랑 다르더라.

no. 11154. 위선 떠는 게 더 문제라니까 그러네.

no. 13925. 뒤늦게 출발한 사람들은 잡몹 안 치고 열쇠 어떻게 구함?

no. 15261. 그래, 많이 도태되라. 난 오늘도 열일하련다.


이렇게 해선 제대로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다. 다음으로 궁금한 건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 이번엔 검색 결과가 0이었다. 마지막은 라이칸스로프로 검색해봤다.


no. 14777. 인간형 몬스터랑 싸워본 사람. 흡혈귀나 라이칸스로프···

↳ 형들. 게이트 레벨 1은 로봇이었고, 2는 심해 생명체였잖아? 그래서 생각 안 해봤던 건데 3레벨 게이트에서 인간형 몬스터 나옴? 흡혈귀나 라이칸스로프 같은 거. 그럼 걔들은 인간인 모습도 있을 거 아냐.

→ 남대문 열렸어 (121. XXX) : 쓸데없는 데 관심이 많네

→ dd (206. XXX) : 오 나 춘천에서 라이칸스로프 만나봤어. 별로 세지는 않아서 인정사정없이 존나팼는데···


-덜커덩.


망할 쇠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너무 놀라 가슴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컴퓨터부터 종료했다. 낡은 컴퓨터는 완전히 꺼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때 여전히 책상 위에서 어슬렁거리는 흑, 백, 적이 보였다. 내가 그들을 쓸어 담듯이 서류 가방에 넣었을 때였다.


“너, 내 자리에서 뭐 하냐?”


앳되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과 그 위에 얹힌 어딘지 비틀리고 잔인해 보이는 미소. 외근 나갔던 유경수 차장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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