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2i*** 님의 서재입니다.

백의제국3:성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2inro
작품등록일 :
2017.07.22 18:32
최근연재일 :
2017.11.18 23:33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149,577
추천수 :
1,330
글자수 :
827,351

작성
17.11.18 23:33
조회
1,506
추천
10
글자
19쪽

에필로그(완결)

DUMMY

백의제국 3.에필로그




제국 20년(서기 1915년) 11월 10일 오전 8시 20분 대한제국 충청도 충주



충주 외각의 한 마을에 2층짜리 집이 있다. 주변에 있는 평범한 벽돌 주택과 전혀 다른 주택이다. 벽면은 눈처럼 하얗고, 큰 창문들이 있었으며, 주변에 높은 담이 쳐져 있다. 미래에 등장할 법한 느낌의 집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밝은 집을 바라보며 '과연 천인'이라고 한마디씩 생각했다. 하지만 밝은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습기 가득한 동굴 깊은 곳처럼 가라앉아 있다.


"에이 씨!"


유리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 아래에 앉은 한 남자가 술이 가득 들어있는 술병을 던졌다. 술병이 와장창 깨지면서 투명한 술이 바닥에 번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짜증이 났는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팡팡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들아! 우리 소연이 죽인 게 네놈들이냐!"


그의 앞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푸른색 우주군 제복을 입은 어느 함선의 함장과 정장을 입은 중년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를 향해 악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 소연이가 78명이나 살렸어! 78명! 나중에 헬멧에 파편 박혀서 질식사 했어! 그런데 그 따위로 대우를 해? 이 사건을 묻으려고 해?"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지?


-중위 따위가 어디서 장군들의 세계에서 설치나?


그는 헛것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서둘러 3층 서랍장을 힘차게 열었다. 그 바람에 서랍장 위에 올려져 있던 작은 액자가 떨어져 깨졌다. 그는 그거에 신경쓰지 않고 맨 위 서랍장 속에 있던 권총을 꺼냈다. 그의 지문을 인식한 권총 손잡이에서 푸른색 빛이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대한제국의 제국 친위대 총사령관 이재철이다! 너희들 같은 버러지들 쏴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아니, 넌 대한민국 우주군의 소모품에 불과한 이재철 중위다. 우리 세계에서 너희 같은 버러지 장교들은 소모품이야. 알겠어? 소모품?


-소모품. 소모품. 소모품. 소모품. 소모품.


그는 고함을 지르며 방아쇠를 연신 당겼다. 전기의 힘으로 발사된 총알들이 벽에 마구 박히기 시작했다. 그는 이동하는 헛것을 겨누며 계속 방아쇠를 당겼고, 곧이어 창문까지 깨져버렸다. 바깥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자 그의 사격도 멈추었다. 하지만 헛것들은 여전히 그를 바라보며 비웃고 있었다.


-병신 같은 녀석. 20년 동안 잘 나가던 놈이 기여코 계집년 하나 잊지 못해서 이 모양이 되었구나!


-이소연 그 애를 떠나보낸지 20년 이상이나 지났으면 이제 잊을만 하잖아? 네 입으로도 떠나보낸다고 했잖아? 정신병이라도 걸린 건가?


그들은 입을 모아 키득키득 웃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처럼 사라락 사라졌다.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쉴세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이 벌레가 파먹기라도 하는지 쑤셔왔다. 그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에 들린 권총을 보았다.


"이제 내 역할도 끝이다."


그는 곧장 총구를 자신의 옆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허억..."


하얗고 몽실몽실한 구름 위에 누워 있던 하얀 옷의 젊은 이재철이 두 눈을 떴다. 동시에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는 몇번 기침을 하다가 목이 괜찮아졌는지 안정적으로 호흡 했다. 그는 상체를 올려 앉았다. 그는 구름을 손으로 저어보았다. 드라이아이스에서나 나오는 하얀 연기들이 공중으로 살짝 흩어지다가 사라졌다. 그는 주먹으로 아래를 눌러보았다. 무언가가 푹신푹신한 이불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자신의 손을 본 그는 화들짝 놀라며 손과 발, 얼굴을 만져보았다.


"뭐야. 도대체 뭐야."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푸르른 하늘에 새하얀 구름들이 끝 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 봄바람처럼 따스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더니 그의 앞에 파르테논 신전처럼 생긴 건물이 나타났다. 그는 조심스럽게 건물 안에 있는 하얀 계단을 밟으며 한칸 한칸씩 올라갔다. 계단을 다 오르자 다시 바람이 불면서 주변 배경이 바뀌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러 그림들이 미술 박물관에 나열된 그림들처럼 일렬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는 한 액자 앞으로 걸어갔다. 그 액자에는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시가지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시민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바로 옆 그림으로 넘어갔다. 같은 장소인듯 했으나 건물이 불타거나 붕괴되어 있었고, 시민들은 군인들로 바뀌어져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군인들의 복장을 세세히 살펴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그는 서둘러 다른 그림들도 살펴보았다. 전쟁의 그림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혀 낯설지 않은 그림들이었다. 그가 우울한 표정을 짓자 갑자기 건물이 사라지고, 처음 그가 보았던 풍경이 펼쳐졌다.


"나와라. 나를 가지고 장난치는 놈은 당장 모습을 보여라!"


그는 누군가 자신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하며 매우 분노했다. 그떄 강한 바람이 불었다. 구름이 바람에 흩날렸다. 동시에 그의 앞에 인형(人形)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인형이 검게 보여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나, 이윽고 인형이 밝아지면서 왠 긴 백발의 늙은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두 눈을 살며시 감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인자해보였다.


"누구십니까."


조금 겁에 질린 그의 목소리가 옅게 떨렸다. 노인은 눈을 감은 채 그의 질문과 전혀 관련 없는 말을 했다.


"자네는 역사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가?"


노인의 목소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청명하고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노인의 이상한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도 일단 대답하는게 예의일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했다.


"우주에는 수많은 세상이 존재하네. 따라서 정해진 역사는 존재하지 않아. 역사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들이 만들어나가는 게야. 그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역사를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하지. 그리고 그 운명을 탓하며 자신들의 죄를 회피하려고 해. 하지만 한 구성원이 그 운명에 대해 분노하고 부정하여 원인을 고치려 한다면 세상의 시간 일부가 지워지지."


"대체 왜 그 이야기를 저에게 하는 것 입니까?"


그는 연신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노인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노인이 허허 웃으면서 대답했다.


"지금 주변에 자네말고 또 누가 있나? 그리고 자네는 시간을 지워버린 자가 아닌가."


그는 마지막 말을 듣고 입도뻥긋 못했다. 노인은 연이어 의미심상한 말을 꺼냈다.


"나는 자네의 일부이자 세상의 사라진 시간이다."


"자.잠깐만요. 정리가 안되어서 그런데 뭐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가 질문을 하자 노인이 환하게 웃었다. 점점 그의 눈 앞에 새하얗게 변했다.


그와 노인이 함께 도착한 곳은 광화문 광장이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개국 기념관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익숙한 몇몇 건물들도 보였다. 사람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거리를 걸었다. 자동차가 대로를 지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저 앞에는 경복궁을 감싸는 성벽이 있었다.


"여긴..."


"자네가 세상과 작별을 고했을 때의 서울이지. 하지만 자네 세계의, 동시대의 서울은 이게 아니지?"


이재철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노인이 하던 말이 모두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노인이 살짝 미소 지으며 손을 휘둘렀다. 앞서 그가 벽에 걸린 사진으로 보았던 한 도시의 모습이 나타났다. 노인은 이곳이 금주(진저우)라고 했다. 평화로운 모습이었으나, 그가 손을 한번 더 움직이자 불에 타오르는 도시의 모습이 나타났다. 누런 군복의 일본군이 도시를 파괴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손을 움직여 교토 시에 내걸린 참혹한 일본인 시체들을 보여주었다. 등가죽이 좌우로 벌어져 있었고, 폐가 어깨에 걸려있었다. 발목은 잘려져 있었고, 시신의 눈은 돌아가 흰자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극렬한 고통 속에서 죽었다는 걸 의미했다.

노인은 다시 손을 움직여 주변을 하얀 공간으로 만들었다.


"자네... 과거의 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나?"


그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묵묵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네는 자살을 한 죄로! 이제부터 유령이 되어 100번의 도움을 줄 거라네."


노인이 손뼉을 치자마자 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장면들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다 어느순간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나 어지러움이 멈추었다. 그리고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여긴..."


"자네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을지문덕 함 내부라네. 지금 자네는 아이의 몸이고, 자네가 돕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게. 그럼 그 사람의 미래가 잠시 보일 테고, 그 사람에게 약간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주면 되지. 이소연과 만나고 싶으면 내 말에 따르게."


세상을 손짓 하나로 보여주고,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전지전능한 노인이 그리 말하니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복도를 따라 걷다가 한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문 안쪽을 들어다보았다. 그 순간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년 전의 이민호와 그 자신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앞으로 이민호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들어갔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게."


20년 전의 이재철이 20년 전의 이민호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 밖으로 나갔다. 20년 전 이재철은 숙소 문을 닫고서 뒤로 돌아 아이 모습을 한 그를 내려다보았다. 꼬마 모습의 이재철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20년 전 이재철이 미소 지으며 쭈그려 앉더니 그의 머리에 손을 얹어 쓰담았다. 어디에선가 노인이 "어서해!"라고 외치는 게 들려왔다. 그는 명량한 목소리로 외쳤다.


"사령관님! 정말 탁월한 선택입니다! 이민호 사단장님을 잡으시다니."


사단장이라는 말에 20년 전 이재철의 오른쪽 눈썹이 올라갔다.

문득 그의 뇌리에 날카로운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20년 전 나는 분명 꼬마를 보았지. 하지만 꼬마는 고개를 돌린 사이에 사라졌어... 세상에! 그 꼬마가 20년 후의 나였단 말이야?'


그의 두 동공이 흔들렸다. 복잡한 감정이 그의 전신을 휘감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게 느껴졌다.


"사령관님. 쭈그려 앉아서 뭘하십니까?"


그때 한 장교가 그에게 다가왔다. 20년 전의 이재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교에게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그는 다시 한번 더 쭈욱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또다시 여러 화면들이 촤라락 넘어갔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에 멈추었다.

계절은 여름이었다. 세상이 정말 푸르렀다. 하지만 그의 한 손에는 지팡이가 있었고, 그는 허리가 굽은 노인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무작정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남녀를 보았고, 그는 그 남자가 최수형임을 알게 되었다. 그가 죽기 1년 전의 최수형과 똑같이 생겼다.


"젊은이들... 길 좀 알려주실 수 있소? 혹시 다래 마을이 어디요?"


그는 무턱대고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에 최수형은 친절하게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안내해주었다.


"여기에서 저기로 쭈욱 가시다가 첫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시면 바로 다래 마을 입니다."


"고맙소. 고맙소. 답례로 내 예언 하나 해도 되겠소?"


"네!"


이유나가 명랑하게 대답했다. 그는 이유나를 보고 최수형이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미소가 절로 나왔다.


"앞으로 두 번의 고난이 찾아올걸세. 그리고 마지막 고난에서 자네는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까지 가게 될걸세. 하지만 걱정하지말게. 빛이 자네를 구원해줄 걸세. 길 안내는 고마웠소."


그는 최수형이 공전에서 격추 당하여 추락하는 모습과 길거리에서 칼을 맞아 쓰러졌을 때, 한 아이가 2층에서 뛰어내려 범인을 덥치는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런 새로운 정보들이 원래 있던 정보들처럼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린 순간 그는 또다시 어딘가로 빨려들어갔다. 이번에는 더 오래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한 곳에서 멈추었다. 바다의 바람과 향기가 그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는 자신의 옷을 보았다. 해군 장교 제복이었다.


"저 사람은 손원일 제독..."


그는 난간에서 고민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손원일 제독을 보고 그에게 다가갔다.


"고민이 많으신가 봅니다?"


그는 손원일 제독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하는 내내 어디에선가 노인이 너무 직설적인 예언을 하지 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손원일은 그와 대화하는 내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아. 자네 혹시 이름이라도 알 수 있겠나?"


돌아가려는 찰나에 손원일 제독이 그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는 곧바로 '이재철'이라 답하려 했으나, 노인이 멱살을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하나의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제게는 많은 이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백번의 임무가 끝났다. 이재철은 처음 도착하던 순간의 장소로 돌아왔고, 오직 그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존재하던 노인도 형상을 갖춘 채 그의 앞에 나타났다.


"사실 이런 건 자네가 처음이네."


노인은 그에게 다가가 양 어깨에 손을 살며시 얹었다. 온화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서 발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발을 보았다. 발부터 시작하여 점점 위쪽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하얀 나비들이 채웠다. 하얀 나비들은 자유롭게 사방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생을 즐기게. 한번의 이재철은 영원한 이재철이네. 그녀도 만날 수 있을 걸세."


이재철은 그가 의미하는 바를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다시 살 수 있다는 생각과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는 노인에게 허리 숙여 감사를 표했다. 노인은 묵묵히 그의 형체가 사라지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하체가 사라지고, 배가 사라지고, 손 끝과 가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재철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노인은 소리 없이 자리를 떠났다. 어느덧 팔이 사라지고, 목이 사라지고, 마지막 정수리까지 완전히 사라졌다. 하얀 나비가 된 그의 혼은 자유롭게 사방을 날아다녔다. 그러다 하나로 모였고, 수직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흐억!"


이재철은 두 눈을 번쩍하고 떴다. 그의 앞에는 흑발 머리를 뒤로 묶은 이소연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었고, 볼록 나온 가슴팍에는 금빛 훈장이 달려 있었다. 갸름한 얼굴의 그녀는 그의 볼을 덥석 잡더니 힘차게 잡아당겼다.


"함장이라는 놈이 잠이나 쳐 자고 말이야!"


"아아아아!"


그녀가 손을 떼자 그는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은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당황해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창 밖을 보았다. 파괴된 함선들의 잔해들이 둥둥 떠다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함선들의 잔해들을 살펴보았다. 'England'의 'E' 부분이 사라진 내벽 파편이 보였다. 파편들의 간격이 넓은 걸 보아하니 파괴된 지 시간이 조금 흐른 것처럼 보였다.


"저건 우리들이 추격하던 반군 놈들 아니야? 고맙게도 누가 박살냈구나!"


이재철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외치자 이소연이 그의 양 팔뚝을 잡고 흔들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어찌된 일인지 몰라도 본대랑 연락이 되지 않아! 놈들이 워프 통로에서 이탈하길래 쫓아갔더니 이 꼴이라고! 앗! 도망간다!"


파편 너머에 있던 여러 척의 영국 우주 전함들이 전속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워프를 사용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워프 엔진이 고장났거나 과열 된 게 분명했다. 이재철은 자신의 검은 제복모를 착용하고 전속력으로 추격하라 명령했다. 이재철의 거대한 우주 전함 한 척이 그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어? 284-293-21에서 정체 불명의 함대가 포착 되었습니다!"


"뭐? 아군인가? 아니면 적인가? 일단 정지한다!"


영국 전함들을 추격하던 그들의 전함이 멈추었다. 자세히 보아하니 반군 함대의 이동 경로에 그들이 있었다. 이재철은 초고성능 촬영기를 이용해 정체불명의 함대를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초고성능 답게 곧장 결과가 나왔다.


"태극기 입니다! 태극기가 달려있기는 한데... 함선에 영어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제국 내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함종 입니다. 제국 친위대 조차 사용하지 않습니다."


"엇! 공격합니다! 반란군 놈들이 정체불명 함대를 공격합니다!"


태극기를 단 정체불명의 함선들이 공격받기 시작을 하자 함교 내에 있는 군인들이 동요했다. 그들은 어서 도와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재철은 전속력으로 추격을 하라 명령했다. 그때 정체불명의 함대가 공간 도약을 시도했고, 반군 함대도 공간 도약을 했다. 이에 이재철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추격 도약을 지시했다. 그들의 함선이 추격 도약을 시작함과 동시에 파괴된 군함들의 파편과 충돌했다.


"38번 창고 파손! 자동 봉쇄 개시!"


"24번 플라즈마 포 상실!"


다행히 그들의 앞에는 정체불명의 함대를 뒤쫓으며 공격하는 영국 반군 함대가 있었다. 그때 정체불명의 함대가 워프 통로에서 이탈했다. 그들은 그 장면을 보고 잠깐 당황했다.


"지금이다! 당장 화력을 퍼부어 공격하라!"


이재철은 서둘러 반군 함대에 대한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때 정체불명의 함대 것으로 보이는 한 파편이 그들의 앞에 잠깐 나타났다 뒤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재철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 파편에 적힌 글자를 분명하게 보았다.


'대한민국 행성 개척 함대...'


작가의말

*England의 'E'가 사라진 것은 외전 5에서 나왔었죠ㅎㅎ

*하얀 세계 - 1권 프롤로그

*어린이 등장씬 - 1권 11편

*노인 이재철 등장씬 - 2권 1편

*해군 이재철 등장씬 - 3권 16편


이로써 백의제국이 긴 여정 끝에 완전히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달려와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꾸벅)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수능 이후에 끝나는 건데 수능이 연기 되면서 비축분이 올라갔고, 의도치 않게 수능 전에 끝났네요.

다시 한번 더 그동안 보아와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의제국3:성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자 여러분 모두 즐거운 추석 연휴 되세요! 17.10.01 519 0 -
공지 인물 관계도 +2 17.07.28 1,940 0 -
공지 1940년 1월 아시아 지도, 행정지도 +2 17.07.22 3,110 0 -
공지 백의제국2권 줄거리 17.07.22 2,553 0 -
공지 백의제국 1권 줄거리 17.07.22 4,814 0 -
» 에필로그(완결) +5 17.11.18 1,507 10 19쪽
109 외전 8. 이질적인 거울(3) +5 17.11.18 1,015 11 13쪽
108 외전 8. 이질적인 거울(2) (1996년 지도 첨부) +7 17.11.17 1,312 11 16쪽
107 외전 8. 이질적인 거울(1) +5 17.11.16 1,050 10 13쪽
106 외전 7. 철혈 여제(2) +4 17.11.15 1,016 13 15쪽
105 외전 7. 철혈 여제(1) +5 17.11.15 1,139 12 15쪽
104 외전 6. Deutschland(1970년 지도 첨부) +5 17.11.13 1,270 13 13쪽
103 외전 5. 제국 친위대 +5 17.11.10 1,124 11 13쪽
102 93 - 봄은 찾아온다(3) +5 17.11.05 1,358 9 18쪽
101 92 - 봄은 찾아온다(2) +4 17.11.04 1,022 9 14쪽
100 91. 봄은 찾아온다(1) +7 17.11.03 1,099 11 13쪽
99 90. 날개 부러진 독수리(3) +5 17.11.02 1,099 12 14쪽
98 89. 날개 부러진 독수리(2) +6 17.11.01 1,073 9 17쪽
97 88. 날개 부러진 독수리(1) +5 17.10.29 1,142 13 13쪽
96 87. 포위(2) +5 17.10.29 1,196 9 13쪽
95 86. 포위(1) +7 17.10.28 1,009 10 14쪽
94 85. 타들어가는 심지(2) +5 17.10.23 1,217 11 14쪽
93 84. 타들어가는 심지(1) +3 17.10.22 1,039 13 16쪽
92 83. 하나씩 떨어지는 잎사귀(4) +5 17.10.15 1,282 13 16쪽
91 82. 하나씩 떨어지는 잎사귀(3) +5 17.10.15 1,107 11 15쪽
90 81. 하나씩 떨어지는 잎사귀(2) +8 17.10.11 1,090 11 16쪽
89 80. 하나씩 떨어지는 잎사귀(1) +7 17.10.10 1,143 9 15쪽
88 79. 둥지(3) +3 17.10.09 1,082 12 16쪽
87 78. 둥지(2) +5 17.10.07 1,118 12 16쪽
86 77. 둥지(1) +3 17.10.06 1,133 15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