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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3:성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2inro
작품등록일 :
2017.07.22 18:32
최근연재일 :
2017.11.18 23:33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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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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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27,351

작성
17.11.0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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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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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8쪽

93 - 봄은 찾아온다(3)

DUMMY

백의제국 3.93 - 봄은 찾아온다(3)




제국 47년 5월 6일 오후 2시 대한제국 부산



전쟁이 끝난지 어언 1달이 지났다. 미국에 나갔던 병사들이 하나둘씩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대한제국은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한 맺힌 통곡 소리와 친구와 애인을 잃은 사람들의 울음 소리, 그리고 살아돌아 온 자식과 친구, 애인을 반기며 축제를 즐기는 웃음 소리가 함께 춤을 추었다.

항복 조약 체결식에 참석했다가 돌아 온 이민호와 최민아, 이나현과 김이전, 최덕철과 강민아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부산항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연이어 줄줄이 상륙하는 군인들의 얼굴을 빠짐없이 확인하고 있었다.


"안 놓쳤지?"


"아직 내리지도 않았어."


"그냥 집으로 찾아오게 둘까?"


"항구에 안 나왔다고 실망할 수도 있잖아?"


그들은 30분이고, 1시간이고 제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린지 2시간이 되었을 때 여섯 사람의 두 눈이 커졌다. 그들은 누군가의 이름을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이제 막 상륙한 이기찬과 이예린, 최하윤은 자신을 부르는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고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그들의 부모님이 서 있었다. 이미 무기는 하와이에서 반납한 상태였고, 하와이에서 공식적으로 해산 명령이 내려졌기에 그들은 곧장 대열에서 이탈해 부모님께 달려갔다.


"수고했다. 하윤아!"


그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쟁터에서 싸웠던 딸과 포옹을 했다. 그래도 최하윤과 이예린은 하와이에 있을 때 미국으로 가다가 들린 부모님과 한번 만났었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이기찬은 오늘 부모님을 오랜만에 보는지라 눈물이 터져나왔다. 최덕철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나 강민아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먼저 아들을 껴안았다.


"다들 살아돌아와서 고맙다."


이민호가 세 사람에게 방긋 웃으며 말했다.


"뭐, 이런저런 곳 돌아다니는 것보다 며칠 동안은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는 게 낫겠지. 어서 돌아가자. 비행선이 준비되었단다."


"그 전에 잠시 들리고 싶은 곳이 있어요."


이기찬의 부탁에 그들은 함께 공항으로 이동하여 곧장 비행선을 타고 평양으로 갔다. 이민호와 최민아는 평양에서 살지 않았지만 그의 부탁이다보니 함께 왔다. 이기찬과 이예린은 평양 공항에 내리자마자 곧장 평양 현충원으로 갔다. 그들은 현충원에 입장하여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사람처럼 빠르게 걸었다. 그들이 도착한 최종 목적지는 이영섭의 묘비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강용민의 묘비였다.


"영섭아. 용민아."


이기찬이 제일 먼저 다가가 무릎을 꿇었고, 이예린이 뒤따랐다. 나머지 사람들은 잠시 멀리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게 뭐냐 진짜..."


결국 그는 울음을 터트렸다. 눈물이 땅에 똑똑똑 떨어졌다. 이예린은 고개를 푸욱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소리내어 서럽게 울었다. 그와 함께 자라오면서 이런저런 즐거운 일들을 함께 공유한 친구들이었는데 정작 자신만 살아있으니 서러울 법도 했다.


"영섭아. 나 훈장 받았다."


그는 가슴팍 주머니에서 인헌무공훈장을 꺼내 그의 묘비 앞에 내려놓았다. 그녀도 조심스럽게 인헌무공훈장을 꺼내 그의 훈장 옆에 내려놓았다. 그 후 그들은 자신의 훈장을 원래 있던 곳에 넣고 강용민의 묘비를 보았다.


"새꺄. 좀만 더 버티지. 좀만 더 버티면 같이 있는 건데."


그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고서 주먹을 쥐고 묘비를 툭 쳤다. 그러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울상이 된 이예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그들의 앞에 바로서서 거수경례를 했다. 멀리에서 그들을 보고 있던 부모들과 최하윤도 거수경례를 했다.



제국 47년 5월 10일 오후 4시 20분 대한제국 수도 서울 경복궁



전효민과 이철강, 송유정을 비롯한 여러 장교들이 경복궁에 입장했다. 그들은 처음 보는 경복궁 내부 모습에 신기함의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경복궁 모형이 여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검은색 군복으로 통일한 황실 수비대원들을 직접 보니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은 안내를 받으며 근정전 앞으로 이동했다.


"우와!"


"생각보다 큰데?"


그들은 경복궁 내에서 가장 큰 근정전을 올려다보며 연신 감탄사를 터트렸다. 전통 양식의 큰 건물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곧 황제와 황태자, 그리고 수십 명의 시녀들이 근정전 안에서 나오자 그들은 곧장 거수경례를 했다. 황제는 계단을 내려와 그들의 앞에서 멈추고 경례를 했다.


"짐이 그대들을 이 자리에 초청한 이유는 대충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우선 이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워 너무 고맙소."


"폐하께서는 여러분들의 위대한 업적에 맞는 것을 하사하시고자 합니다."


황태자가 자신의 바로 뒤에 서 있던 시녀들을 보자 시녀들은 각자 나전칠기 문양이 세겨진 작은 상자를 하나씩 든 채 그의 옆에 순서대로 섰다. 곧이어 황태자는 호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먼저 호명한 사람은 육군 출신의 대전차포병이었는데, 지금까지 격파한 적 차량의 수만 수십대에 이른다고 했다. 여기에 더불어 대미 전선에서는 단독으로 적 부대의 진격을 막아 지역 점령에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들은 뭔가 의아했다. 황제가 전쟁터에서 싸운 군인들에게 직접 수여하는 훈장은 팔괘장이다. 그리고 팔괘장을 받기 위해서는 태극 무공훈장을 수여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이 군인은 태극 무공훈장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태극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바이며, 전장에서의 공을 높게 사 팔괘장을 수여하는 바 입니다."


황태자의 말에 수여받는 사람은 물론이며 모든 군인들이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태극 무공훈장은 기본으로 수여된다는 소리였다.

더군다나 팔괘장을 수여받는 사람들부터 엄청난 혜택이 주어진다. 사망 시 유가족에게 위로금 지급, 현충원 인장 선택권 같은 정말 기본적인 대우는 물론이며, 본인에게 전용차가 지급되고, 집을 개조하도록 지원을 하거나 새로운 집을 준다. 더불어서 2년 간 세금이 면제되고, 영원히 기록될 초상화가 제작 된다. 또한 60세 이후로 세금이 완전 면제되며, 자녀와 손자녀가 성인이 될 시 그들에게 2년 간의 세금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그들은 흘러넘치를 기쁨을 어떻게든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애를 썼다.

뒤이어 여러 군인들의 훈장 수여식이 이루어졌다. 태극 무공훈장은 기본으로 받았고, 팔괘장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무공훈장과 대훈위 이화대수장을 받는 군인도 있었다. 수는 4명에 불과했지만 엄청난 사건임은 분명했다. 지금까지 대훈위 이화대수장을 받은 군인은 모두 장군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만 남았네. 3인방.'


어느덧 전효민, 이철강, 송유정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까지 수여 받을 수 있을지 내심 기대에 가득차 있었다.


"대한제국 공군 전효민 소령님. 대한제국 육군 이철강 소령님, 송유정 소령님께서는 앞으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세 사람은 함께 앞으로 나갔다. 시녀 세 명이 황제의 옆으로 이동하여 상자를 황제에게 건네주었다. 곧 그들이 이룬 업적을 황태자가 읊기 시작했고, 그것을 듣고 있는 군인들은 물론이며 시녀들과 황제까지 감탄사를 터트렸다. 앞서 훈장을 수여받은 전투기 사냥꾼과 전차 사냥꾼의 기록과 큰 차이가 났다.


"따라서 태극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바이며..."


황태자가 살짝 뜸을 들이자 그들은 초조해졌다.


"대훈위 서성대수장을 수여하는 바 입니다."


'뭣!?'


세 사람은 물론이며 앞서 훈장을 수여받은 군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훈위 서성대수장은 대한제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훈장이고, 장군들만 받을 수 있던 훈장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훈장을 그들이 받았다. 그들은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황제에게 훈장이 든 상자를 받고 악수를 한 다음 뒤로 물러났다.


"아마 모두 놀랐을 거요. 허나 짐은 그대들은 이 훈장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보오. 어떤 훈장을 장군만 받는다는 것은 휘하에서 싸운 사람들의 뛰어난 업적을 무시하는 거라 생각하오. 그대들은 어쩌면 장군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이룬 군인이오. 이 나라를 지켜주어 정말 고맙소."


군인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군인으로써 황제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받는 것보다 더한 영광은 없을 것이다. 이어서 황제가 그들에게 먼저 거수경례를 했고, 군인들도 서둘러 경례를 했다.


훈장 수여식이 끝나고 밖으로 나온 군인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고 제각각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전효민과 이철강, 송유정도 갈 길을 가려고 했는데, 우연찮게 가는 길이 같았다. 이철강은 송유정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전효민이 가운데에서 계속 대화를 거니 입을 다물고 있기에도 좀 그랬다. 더군다나 오늘은 그들에게 있어서 무척 즐거운 날이다. 나중에 싫어하더라도 적어도 오늘 만큼은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다들 이제 뭐 하실 생각이십니까?"


전효민이 두 사람에게 묻자 그들은 잠시 입을 다물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딱히 전쟁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할 여유도 없었고 말이다.


"전 애인이나 만들고 싶습니다. 올해로 서른인데 결혼은 커녕 연애도 못하니 너무 외롭습니다. 군인도 사람이니..."


그녀는 두 사람의 어색함을 풀어주기 위해 일부로 즐겁게 말했다. 이철강은 그녀의 의도를 금방 눈치채고 딱히 마음 속에 없는 말을 지어서 꺼냈다.


"전 북쪽에 새로 얻은 영토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출입 제한이지만 나중에 지역 정리되면 정말 볼 거 많을 거 같습니다."


"북쪽에 볼 게 산이랑 눈 말고 더 있나? 전 이번에 전역하고 좀 띵가띵가 놀다가... 일단 놀아야죠."


송유정도 어색하게 웃어보며 답했다. 하지만 전효민은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고, 그들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흐름에 녹아들었다. 그러면서 이철강과 송유정은 서로 오고가던 딱딱한 말투가 부드럽게 풀어져갔고, 보다 더 사적인 이야기들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사실 애인 만들고 싶어도 무섭습니다. 동성 결혼이 허용 되었어도 이를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괜히 이런저런 사람에게 접근했다가 제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명성이 추락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상처대로 커져만 갈 것 같고..."


전효민의 발언에 두 사람은 그녀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하지만 겉으로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신세대 애들은 동성 결혼에 대해 구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런 이야기 하면 좀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저는 운명을 믿습니다. 운명의 짝이 있다면 만나겠지요."


"그래도 좀 적극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 지인은 100번 도전해서 100번 다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도전했고, 결국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며 길을 걸었다. 그러던 중 전효민과 헤어져야 할 장소에 도착했고, 이철강과 송유정만 가던 길을 같기 가게 되었다. 둘만 남게 된 그들은 다시금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지만 전선에서 느꼈던 정도의 반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전효민 덕분일 수도 있었다.


"나도 군인 그만할까? 그런데 훈장 받아놓고 군인 떼려치자니 사람 가벼워보일 거 같고."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꽃이 가득 핀 가로수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송유정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곧장 다른 길로 발을 돌렸다. 이철강은 송유정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도심 속 길을 걷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전장에서 거칠게 놀았으니 좀 쉬어도 되겠지?"


그는 가슴팍에 달려있던 훈장들을 나전칠기 문양 상자 안에 넣고, 그 상자를 허리춤에 달린 작은 가방에 넣었다.



제국 47년 6월 1일 오후 2시 대한제국 북연해주 백력(하바롭스크)



나타샤는 백력 시 외각으로 이사를 했다. 그녀의 집은 서울에 있던 것보다 작고, 층도 하나였다. 마당은 작았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지도 않아 조용했다. 그래도 그녀는 이곳이 좋았다.


"오제로! 밥 먹자!"


그녀가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외치자 안방에 들어가 있던 진돗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뛰어나왔다. 그는 검은 코를 밥통에 쳐박은 채 뚜껑 열기를 기다렸다. 나타샤는 오제로를 뒤로 밀어내면서 밥이 가득 들어있는 뚜껑을 열고, 종이컵 하나를 가득 채워 개밥그릇에 부었다. 배가 고팠던 그는 정신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타샤는 잘 먹는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며 정리를 했다.


-띵동


"택배 왔습니다!"


-왈왈왈왈!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방문 소리에 밥을 먹고 있던 오제로가 닫혀 있는 현관문으로 달려가며 마구 짖기 시작했다. 나타샤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오제로가 가장 먼저 뛰어나갔다. 나타샤는 순간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그를 잡으러 뛰어나갔다.


"오제로! 오제로!"


오제로는 닫혀 있는 마당 현관문 앞에서 컹컹 짖어댔다. 그녀는 오제로의 목덜미를 꽈악 잡은 채 현관문 밖에 누가 서 있는지 보았다. 순간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오제로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얼른 현관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오제로가 먼저 튀어나갔고, 다른 진돗개와 함께 들어와 마당을 마구 뛰어다니며 즐겁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나타샤는 두 팔을 벌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달려갔다.


"한준! 왔구나!"


나타샤는 평범한 사복을 입은 이한준을 꽈악 포옹했다. 8개월 만에 돌아 온 친구였기에 너무 반가웠다.


"야! 야! 이럼 선물을 못주잖아!"


선물이라는 말에 그녀는 포옹을 풀고 어서 달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가방에서 그녀에게 줄 선물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그녀는 그의 손목을 덥석 잡고 안으로 화악 끌어당긴 후 현관문을 쾅하고 닫았다.


"어유! 요즘 젊은 것들은 뜨겁다니까!"


근처를 지나던 아주머니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이한준은 가방에서 미국 동전과 지폐, 술, 작은 인형들을 꺼냈다. 뭔가 특별한 선물은 아니었으나 그녀는 좋아하며 가방을 건네받았다. 그는 휘파람을 불어 나래를 불렀다. 그러자 오제로도 나래의 뒤를 쫓아왔다. 그런데 뭔가 오제로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보였다. 자꾸 나래의 위에 올라타려는 듯한 시늉을 했다.


"야, 자리 피해주자."


"그.그러자..."


두 사람은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한준은 그녀의 새로운 집 안을 둘러보고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가방을 자신의 방에 있는 책상 위에 올려놓고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밖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다른 사람들 전부 4월 말이나 5월 초에 집갈 때, 우린 얼마 전까지 미국에 남아있었어. 난 봄에 와서 봄의 기운 좀 받고 새해를 시작해보려 했는데 말야. 이제 여름이잖아?"


이한준이 팔짱을 끼며 투덜거리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았다. 그러고서는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여기선 이제 봄이 시작했는데? 그럼 넌 여기서 새해를 시작하면 되겠네! 그런 의미로 라면 먹을래?"


마지막 말에 그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그에게 돈을 주며 라면 사오라고 시켰다. 그는 당연히 거부했다. 당장 이 근방에 작은 상가도 없었다. 라면을 사려면 무조건 차를 타야했는데, 몇시간 동안은 운전하고 싶지 않았다.


"쩝. 뭐 이야기할 때엔 얼큰한 라면이 최고인데 말야... 아무튼 돌아와서 좋네. 그리고 너 덕분에 나 성격 많이 돌아왔어. 그때 네가 내게 보낸 편지도 큰 힘이 되었어. 그런데 너 미국에서 뭔 짓을 했길래 애인이 생기냐?"


그러자 그가 헛기침을 하며 품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사진 속에는 그와 함께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금발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고,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딱봐도 한국산 옷이었다. 외모는 나름대로 예뻤다. 그는 자랑스럽게 어깨를 쫘악 폈다.


"이야기 하자면 길어. 그나저나 너도 이제 좀 짝을 찾아야지? 하물며 개들까지 짝을 찾는데."


그는 열린 현관문을 통해 들어오는 두 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두 개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뜨겁게 놀아놓고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그들의 앞에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도 함께 웃었다. 나타샤는 자리에서 일어나 닫혀 있던 거실 창문을 모두 열었다. 선선한 바람이 현관문으로 들어와 창문으로 나가면서 밖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창 밖의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직히 노래를 불렀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아침 이슬에 젖어~ 귀여운 미소는 나를 반기어 주네~ 눈처럼 빛나는 순결은 우리들의 자랑~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마음 속의 꽃이여!"


작가의말

드디어 백의제국 스토리가 완전히 끝나게 되었습니다. 아, 물론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외전 몇편이 남았지만 말이죠ㅎㅎ


우선 제 소설을 읽어주신 독자여러분들께 감사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2inro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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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31 Momonga
    작성일
    17.11.06 01:04
    No. 1

    ㅉㅉ.. 얍보고 전쟁에 늦게끼어들더니 꼴좋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3 2i***
    작성일
    17.11.06 16:53
    No. 2
  • 작성자
    Lv.25 lo*****
    작성일
    17.11.06 01:40
    No. 3

    백의제국 1부터 지금까지 봐온 입장으로서는 정말 완결이 되었다는게 실감이 나지가 않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렀나... 이제부터 뭘 봐야할지 고민 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3 2i***
    작성일
    17.11.06 16:53
    No. 4

    재밌게 봐주셨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힘이 되는 댓글이네요!
    문피아에 재미있는 소설들이 정말 많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19.07.11 18:52
    No. 5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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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외전 7. 철혈 여제(2) +4 17.11.15 1,015 13 15쪽
105 외전 7. 철혈 여제(1) +5 17.11.15 1,136 12 15쪽
104 외전 6. Deutschland(1970년 지도 첨부) +5 17.11.13 1,270 13 13쪽
103 외전 5. 제국 친위대 +5 17.11.10 1,123 11 13쪽
» 93 - 봄은 찾아온다(3) +5 17.11.05 1,358 9 18쪽
101 92 - 봄은 찾아온다(2) +4 17.11.04 1,021 9 14쪽
100 91. 봄은 찾아온다(1) +7 17.11.03 1,098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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