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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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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5.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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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외전 2 - 구출 작전

DUMMY

백의제국 2 외전 2 - 구출 작전




제국 22년(1917년) 12월 1일 오전 10시 20분 대한제국 수도 서울 경복궁 강녕전



"폐하? 폐하?"


밖에서 누군가가 그를 급하게 불렀다. 기침을 하며 바닥에 누워있던 순종 황제는 애를 써가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강녕전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황실 수비대장 문태수 대령과 어떤 평범한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황제는 손을 가리고 기침을 한 뒤에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이 자는 누군가?"


"며칠 전부터 폐하를 뵙고 싶다고 편지를 쓴 자 입니다. 오늘은 광화문 앞에서 만나게 해달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길래 검사 후에 데려왔습니다."


남자는 허리를 숙여 그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황제는 그와 단 둘이 이야기 하기 위해 수비대장을 물렸다. 수비대장은 그에게 경례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황제는 다시 기침을 하고 남자를 보았다. 그는 남자의 눈빛 속에서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을 느꼈다.


"6경기갑 연대의 윤찬호 대위 입니다."


"대위? 잠깐... 대위라면 다른 방법으로도 짐을 만날 수 있지 않았는가?"


황제는 굳이 그가 광화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도 했었습니다만 그때마다 거절 당했습니다."


"아..."


그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


"러시아 황족들을 구출해주십시오."


그의 요청에 황제는 잠시 뇌가 멈추었다. 그는 혹시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으나 대답은 똑같았다. 황제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과 자세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러시아 황족? 그들은 우리의 적이다. 그들이 죽던 말던 우리는 전혀 상관할 바가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자네 역시 그 놈들과 싸우지 않았던가?"


"그럼 타티아나만이라도! 타티아나는 저의 친한 친구 입니다. 부디 제 친구를 살려주십시오! 폐하!"


황제는 타티아나가 누구인지 기억해보았다. 본 적은 없으나 소문에 의하면 러시아 여대공 중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와 친구인 사실보다 국익이 더 중요했다. 만약 러시아 황족들이 대한제국 내에서 돌아다닌다면 향후 대러시아 외교에 차질이 생길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반러 성향의 국민들이 황제를 향하여 손가락질을 하게 될 것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자네의 심정은 이해하다만 우리 요원들의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그런 일을 할 수 없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설령 구출 했다고 해도 자네가 그들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가? 이 세상 그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모르게 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지. 절대 불가능해. 콜록! 콜록!"


"폐하! 무슨 일입니까?"


지나가던 황태자가 그 둘을 발견하고 이곳으로 왔다. 황태자는 윤찬호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오, 윤찬호 중위 아니신가. 자네가 대러 전선에서 적 기갑차량을 제일 많이 잡았다지? 명성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네. 그런데 무슨 일로 폐하를 찾아뵙는가?"


윤찬호는 황태제가 희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 했다. 그녀와 만났을 때부터 포로 수용소에서 헤어질 때까지 말이다. 황태제는 그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단 한번도 말을 끊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냥 도와주죠. 어차피 그 사람들 데리고 와 보았자 그들이 할 수 있는 바는 아무 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러시아 황족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제 측에서 관리만 잘 하면 여기에서 다른 신분으로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분께서 여기까지 찾아오셔서 폐하께 직접 부탁하는 것을 보아하니 보통 관계의 친구도 아닌 듯 싶고요."


황제는 황태제의 말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찬호는 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가져보았다. 황제는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황태제를 따로 불러 뭐라뭐라 귓속말을 했다. 황태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윤찬호에게 다가갔다.


"조만간 결과가 있을 것 입니다. 오늘은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아직 확정된 바는 아닙니다."


윤찬호는 아직 황제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생각하고는 그들에게 경례를 한 뒤 수비 대장과 함께 나갔다.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끼었다.


"제국 정보원에 연락해."



제국 22년 12월 12일 오후 9시 20분 러시아 제국 토볼스크



러시아 황족들은 토볼스크에 감금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유의 집이라는 곳에서 주로 생활을 했다. 그들은 토볼스크 시내로 나갈 수도 없었다. 곳곳에 무장한 경비병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미 그들은 황족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박탈 당했다. 만약 경비들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하더라도 시민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경비들에게 걸리고 말 것이다. 그들의 생활은 암울했다. 수도에서의 호화스러운 생활이 그리워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위한 천사 아닌 천사들이 토볼스크에 나타났다.


"저기라고?"


"그렇다는데?"


권총과 소총으로 무장한 러시아 지부 제국 정보원 요원 18명이 자유의 집 근처 숲에 나타났다. 그들의 기준에서 경비가 없던 곳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자유의 집은 1,2층 모두 불이 켜져 있었다. 그들은 소총과 가방을 내려놓고 몰래 러시아 장군 복장과 장교 복장, 병사 복장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짜 얼굴을 착용하고 목소리를 점검했다. 사병들은 모신나강 소총으로 무장을 바꾸었고, 나머지 장교들은 나강 M1895를 허리춤에 착용했다. 한2식 권총은 품 속에 남겨두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슬라브 놈들 구출해줘야 해? 저 새끼들이 우리나라 침공을 주도했잖아?"


"위에서 하라는데 우리가 뭐 별 수 있나? 까라면 까야지. 씨벌. 가자."


그들은 숲에서 나와 아무도 없는 길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당당하게 자유의 집 정면으로 걸어갔다. 자유의 집 근처에 도착하자 무장한 병사들이 그를 보고 곧바로 경례를 했다. 장군복을 입은 요원은 그들의 경례를 받아주면서 경비선 입구에 도착했다.


"죄송합니다만 신분증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가 조심스럽게 장군을 막아서며 말했다. 그는 코웃음을 치더니 자신의 계급장을 떼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뒤에 있는 장교들과 주변 사병들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병사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계급장을 든 채 어쩔 줄을 몰라했다. 딱봐도 신참 티가 나는 코흘리개였다. 해당 경비선을 맡고 있던 장교가 헐레벌떡 달려와 그로부터 계급장을 빼앗고 그에게 정중히 돌려주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얘네들이 코흘리개라서... 어서 드시죠. 장군님. 가족은 2층에 있습니다."


그들은 아무런 말 없이 자유의 집으로 향했다. 자유의 집 문 앞에 서 있던 경비들이 그를 향해 경례를 올렸다.


"자네들은 가서 쉬고 있게. 여기는 내 병사들이 맡을 거네."


12명의 위장 병사들이 입구 근처에 섰다. 그는 장교 한 명을 여기에 남겨놓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에는 하녀들 뿐이었다. 하녀들은 그를 보더니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장군에게 겁 먹을 필요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은 곧장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니콜라이 2세와 마주쳤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만..."


"결정하십시오. 여기에서 썩다가 총살 당하실 겁니까? 아니면 연해주에서 조용히 사시겠습니까?"


니콜라이 2세는 그가 말하는 바를 깨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있던 가족들을 모두 거실로 불러들였다. 한 명도 빠짐 없이 모두 모였다. 그들은 험악하게 생긴 장군을 보더니 기가 팍 죽었다. 장군은 그들을 살피더니 뒤에 서 있던 장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교들은 그들의 머리에 씌울 두건과 밧줄을 가져왔다. 그러자 그들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빼돌릴 테니 닥치고 얌전히 계십시오. 안 그러면 저희가 쏴죽이겠습니다."


협박을 당한 그들은 얌전해졌다. 장교들이 그들의 머리에 두건을 씌우고 손목을 밧줄로 가볍게 묶었다. 언제라도 풀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그는 그들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녀들은 끌려가는 그들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 북부 경비선 장교가 느닷없이 묶여서 나온 가족들을 보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이게 무슨..."


"이 불순분자들을 총살하라는 상부의 지시이다. 나도 빨리 정리하고 개인 업무 처리해야 하니까 비키게."


멍청한 장교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물러났다. 그들은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경비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곧장 자신들이 왔던 방향으로 길을 걸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다. 그들의 앞에서 별이 있는 장군과 휘하 장교 4명이 말을 타고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군 요원은 아랫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장군은 그들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고는 그들의 앞을 막았다.


"어이, 잠깐만... 그거 설마 니콜라이 가족인가?"


"그렇네만?"


요원은 뻔뻔하게 말을 받아쳤다.


"상부에서 총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네. 그리고, 지금 나를 깔보는 건가? 말에서 내려서 대화하자고. 너희들도 전부."


장군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에서 내렸다. 장교들 역시 그를 따라 말에서 내렸다. 그는 요원에게 다가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상부의 명령을 받고 여기로 왔다. 니콜라이 가족들의 상태만 보고 오라고 했지."


"확실해?"


"그럼. 당연하지."


요원은 고개를 네 번 끄덕이다가 허리 춤에서 즉시 권총을 뽑아 방아쇠를 수 차례 당겼다. 뒤에 서 있던 장교 요원들도 진짜 장교들을 향해 방아쇠를 쏘았다. 총성이 울려퍼지자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깜짝 놀라 이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장군 요원은 말 다섯 마리를 적들을 향해 달리도록 엉덩이를 탁 때리고 나머지 인원들과 함께 숲으로 뛰어들었다.


"빌어먹을! 저거 막아! 빨리! 어억!"


숲 쪽을 바라보고 있던 경비 장교가 일찍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말을 못보고 그대로 충돌해 쓰러져 뇌진탕으로 사망했다. 수십명의 병사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그들의 뒤를 쫓으며 총을 쏘았다.


-타앙! 타앙! 슈웅 퍽!


총알이 나무에 박히고 눈 속에 파묻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무기들을 버리고 숨겨두었던 한국제 무기를 꺼내 접근하는 적들을 향하여 연발로 쏴갈겼다. 어두운 밤 중에 밝은 예광탄이 빗발쳤고, 운 없고 불쌍한 적들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물론 그쪽만 쓰러진 것은 아니었다.


-슈아앙 파악!


"아아악!"


니콜라이 2세의 아내가 총에 맞았다. 그러자 그들이 잠시 주춤거렸고, 그 사이에 또 총알이 날아와 병사로 위장했던 요원의 다리에 명중했다. 요원은 즉시 진통제를 꺼내 주사했다. 나머지 요원들이 나머지 가족들의 두건을 벗기고 밧줄도 순식간에 풀어주고 다시 달렸다. 니콜라이 2세와 아나스타샤가 죽어가는 그녀를 보며 멈칫하는 사이에 또다시 총알이 날아와 그들의 두개골을 깨부셨다.


"아나스타샤! 아버지!"


올가와 타티아나, 마리아, 알렉세이가 일격에 저승으로 떠난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


"연막탄!"


뒤쪽에 있던 요원들이 연막탄을 힘껏 던졌다. 어두운 밤 숲속에서 하얀 연막이 쏴아악 퍼지기 시작했다. 시야를 잃은 적들은 그냥 아무렇게나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단 한 발도 명중하지 않았다. 그때 어디에선가 말의 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미쳤다고 눈이 수북히 쌓인 숲 속에서 말을 타고 올 리는 없으니 분명 건너편이었다.


"에이 씨발! 러시안 계집년들 때문에 이게 뭔 지랄이래!"


"다들 닥치고 나만 따라와!"


장군 요원은 방향을 우측으로 꺾었다. 그리고 요원들에게 연막탄 무작위 투척을 지시했다. 곳곳에서 연막이 피어오르면서 긴급 출동한 군인들 모두 시야를 잃었다. 그들이 연막을 통과했을 때에는 이미 그들은 어디 가고 없었다. 그들은 한참을 달리고나서야 그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더 이상 그들을 쫓는 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긴장이 풀려 그대로 쓰러졌다.


"알렉세이!"


마리아가 픽 쓰러진 알렉세이를 보고 그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갔다. 요원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숲 안이었고, 근처에 산도 있어서 소리가 잘 울렸기 때문이다. 장군 요원은 알렉세이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다. 복부에 총상이 있었고,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근육, 혈관 수축이 끝나면서 피가 갑자기 쏟아졌던 것이다. 이미 피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나왔다. 어찌어찌해서 지혈을 해도 5분 내로 피를 새로 공급 받지 않는 이상 생존이 불가능 했다.


"저쪽이였어! 저기로 가보자!"


멀리에서 러시아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요원들은 나머지 세 여자를 붙잡고 즉시 자리를 떠났다. 그녀들은 알렉세이를 데려가야 한다며 발버둥을 쳤으나 그 누구도 그녀들의 말을 따라주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들이 지쳐도 질질 끌고 가면서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그녀들을 주인으로부터 빼앗은 마차에 실었다. 그들은 소수의 요원만을 붙여준 채 즉시 해산했다. 그들은 그녀들에게 가짜 얼굴을 붙여주었고, 그 상태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따라 이동하며 국경까지 향했다. 그러나 도중에 러시아 군과 수차례 충돌하면서 마리아와 올가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국경을 넘은 이후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 되었으나 대한제국 정부의 도움이 없었기에 얼마가지 못하고 사망했다. 결국 남은 것은 타티아나 뿐이었다.



제국 22년 12월 29일 오후 4시 대한제국 남연해주 쌍성자(우수리스크)



작년 5월부로 행정 구역이 크게 개편되었다. 연해주 역시 개편이 되었다. 레소자봇스크를 기준으로 그 이남 지역은 남연해주, 레소자봇스크와 비킨 사이 부분을 중연해주, 비킨 북부를 북연해주라고 칭했다. 삐쭉빼쭉 선을 긋기 싫어 했던 정부의 마음이 드러나는 개편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별다른 문제는 안 되었기에 크게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황태제와 윤찬호는 쌍성자 북부 외각에 있는 어느 대리석 건물에 들렸다. 그는 경호원들을 잠시 건물 바깥에서 대기시켜놓고 둘만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힘 없이 앉아 있는 타티아나였다. 그녀는 윤찬호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황태제는 잠시 제자리에 멈추고 윤찬호와 그녀가 인사를 나누기를 기다렸다.


"윤!"


"타티아나!"


그들은 서로를 포옹했다. 그런 다음 악수를 하고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소식은 들었어. 가족 일에 대해서는 정말 유감이야. 아, 여기는 탈출을 도우신 황태제 전하셔. 인사드려."


타티아나는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황태제는 서양식 인사를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황태제는 윤찬호더러 통역을 부탁했다. 그들은 원형 탁자에 둘러앉았다. 황태제는 두 손을 모으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가족 일에 대해서는 유감 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황제 폐하께서는 당신의 존재 자체만으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며 반대하셨습니다. 몇년 전에 러시아가 먼저 우리를 침공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개를 숙이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만약 대공님... 대공님이라 부르겠습니다. 대공님께서 티를 내지 않으며 조용히 살아주신다고 약속만 한다면 제국 친위대에서 얼굴을 약간 고쳐준다고 합니다. 황제 폐하께 여쭈어보았는데 몸에 해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하셔야 합니다. 나흘 전부터 러시아 난민 수용에 대해 검토 중에 있기 때문에 조만간 러시아 난민들이 연해주로 대거 유입될 것 입니다. 그때 되면 멋진 러시아 남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니면 멋진 한국인과 결혼할 수도 있겠죠?"


그는 마지막에 그리 말하면서 은근 슬쩍 윤찬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윤찬호가 깜짝 놀라면서 두 손을 저었다.


"저 이미 애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 이상형도 서양인 입니다."


"어찌되었거나 약속해주실 수 있습니까? 만약 약속하지 않으신다면 다시 돌려보내겠습니다. 제 명예도 걸린 일이기 때문에 지금 결정하셔야 합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녀에게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돌아가서 죽을 바에 여기에서 무명인으로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친구도 있고 말이다. 그녀는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윤찬호는 박수를 짝 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황태제는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먼저 건물을 나갔다. 윤찬호는 기분이 좋아져 크게 웃었다. 그녀도 살짝 웃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표정이 안 좋아졌다.


"아..."


그는 기뻐하는 것을 자제하고 자리에 앉아 침묵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가 죽던 말던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었으나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는 의자를 그녀의 옆으로 끌고 가 아무런 말 없이 등을 토닥여주었다.


작가의말

미드 보느라 좀 늦었습니다. 저번에 법 관련 외전을 쓴다고 했습니다만 반 즈음 쓰다가 같은 내용 반복에다가 내용도 재미 없어서 그냥 이걸로 썼습니다. 아마 전투 외전은 다다음편이 확률이 더 높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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