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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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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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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0
추천수 :
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5.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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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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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9화. 정찰조.

DUMMY

#9화.




갑자기 누군가 자신에게 경공을 쓰며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자 취웅의 고개가 갸웃 옆으로 기운다.


‘왜? 저러는 걸까? 설마 나를.’


슬그머니 출수를 할 수 있게 자세를 잡는다.


쿵!


두세 걸음 앞에 멈추어 서선 무릎을 꿇는 미려의 모습에 출수하려던 손을 슬쩍 뒤로 숨기고는 뒷짐을 지는 척 연기를 한다.


“도와주세요. 제발!”


구토하다 지쳐 탈진해 누워있는 남자아이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하는 취웅을 미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다 자신 때문에 남자아이가 이곳에 와서 이런 일이 생긴 거란 죄책감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한참을 몸 이곳저곳을 살펴봐도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취웅이 남자아이의 몸에서 진기를 회수하려다가 순간 심하게 어지러워했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진기를 조심스럽게 남자아이의 머리 쪽으로 흘려보낸다.


이후 정확히 반각(30분)이 지나자 취웅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리고 다시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이마와 전신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기 시작한다.


눈물을 훔치며 옆에 앉아 있다가 취웅이 갑자기 비 오듯 땀을 흘리자 미려가 깜짝 놀라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른다.

하지만 섣불리 무언가를 했다가는 일이 크게 잘못될 것 같아 옆에 가만히 앉아 속으로 제발 아무 일이 없기만을 믿지도 않는 신에게 두 손 모아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긴 시간 진맥하던 취웅이 어느 순간 남자아이의 손목에 대고 있던 손을 거두고,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대로 뒤로 벌러덩 드러눕는다.


“아이고 죽겠다. 아이고 삭신이야.”

“많이 안 좋은가요?”

“잠깐 숨 좀 돌리고 물어라. 아이고 내 오늘 드디어 남의 머릿속까지 다 들여다보고. 참, 별의별 짓을 다 하는구나. 그려.”


과장된 몸짓을 하며 벌떡 일어나 앉고는 바로 말을 하지 않고 뭔가를 생각하는지 한참을 눈만 껌벅거린다.

이에 답답하지만, 뭐라 하기엔 자신의 처지도 있고 해서 한숨을 내쉬곤 남자아이의 머리에 있던 물수건을 갈아준다.

이때 갑자기 취웅이 혀를 차며 입을 연다.


“허허 이거 참.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그려.”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심각한 병인가요?”

“아니 그게···. 병인지는 잘은 모르겠고. 뭐랄까 이 아이는 일반 사람과 다르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아! 그렇지, 잘 듣게. 이 아이는 뇌로 흐르는 혈류의 통로와 혈류의 양이, 최소한도로 잡아도 보통 사람보다 두세 배는 넓고 많다네. 근데 그게 문제라는 거야. 알겠나?”


“잘 모르겠는데요.”

“그지 좀 어렵지.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이놈은 아무리 심법을 운용해도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기가 단전으로 안 가고 대부분 머리로 다 빨려가서 내공을 쌓기가 힘들다는 말이네. 이제 알겠지?”

“네. 대충···. 근데 왜 자꾸 어지럽다는 걸까요?”

“그건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분명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네. 뭐 좀 더 살펴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말이야.”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 우선 가장 큰 문제가 어지럼증이니, 눈을 천이나 뭐 다른 것으로라도 가리고 다니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되네. 처음에는 불편하겠지만 어지러운 것보다야 낫지 않겠나. 그리고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기면, 시간을 가지고 좋은 방향으로 대처해 나가면 되고 말이야. 안 그런가?”

“네. 알겠습니다.”

“근데 친동생인가?”


순간 흔들리는 미려의 눈빛, 하지만 남자아이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네! 네.”

“부모님들은?”

“두 분 다 돌아가셨습니다.”

“에∼고 쯧쯧쯧. 근데 어쩌다 남매가 모두 이런 곳에 들어오게 됐나?”

“저는 취사 일 때문에 들어왔고, 동생은 제가 깜박 물건을 놓고 오는 바람에, 그걸 가져다준다고 그만.”

"쯧쯧쯧 알겠네.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도와줄 테니 말이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럼 난 다른 환자도 돌봐야 하니 그만 일어나네.”


미려가 취웅을 따라 일어나 고개를 숙인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언젠간 꼭 갚겠습니다.”


이에 취웅이 미소를 짓는다.


“뭐 그럼 난 좋고. 아! 참 아까 보니까 무공을 익힌 거 같던데 어디서 배웠나?”

“저희 아버님께 배웠습니다. 아버님이 젊었을 적에 낭인으로 얼마간 사시다가 늦게 도공 일을 시작해서 어느 정도 무공을 알고 계셨거든요.”

“음 그렇군. 도공이라···. 혹 어느 지역에서 왔나?”

“동쪽에서 왔습니다.”

“동쪽이라면, 우리가 들어온 동굴에서 동쪽 말인가?”

“네.”

“그럼 자네 동이족인가?”

“네. 저랑 동생 모두 동이족입니다.”

“아니 어쩌다가 이 먼 곳까지 온 건가?”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다른 도공 밑에서 일을 하다가 그 도공분이 청나라로 오게 되면서 동생하고 같이 따라왔다가 버려졌습니다.”

“에고 저런···. 쯧쯧쯧! 못된 사람들 같으니. 이 어린 것들을···. 고생이 많았겠구먼.”

“네. 조금요.”

“알았네. 그럼 난 바빠서 가네. 수고하게.”


취웅의 뒷모습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어느 정도 멀어지자 순간 미려의 표정이 변한다.

그리곤 마치 누군가에게 묻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죽일 수 있을까? 아니 불가. 도망가야 하나?”


이때 남자아이가 몸을 살짝 뒤척이자 이마 위에 있던 물수건이 떨어지며 작은 소리를 낸다.

남자아이의 얼굴이 미려의 눈에 담긴다.


“하∼ 그래 우선 살자.”


잠시 아무런 말 없이 남자아이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곤 떨어진 물수건을 집어 남자아이의 이마에 다시 올려놓는다.


암동을 벗어나자 빛을 내던 돌이 없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동굴, 여러 개의 횃불이 켜지며 어둠을 밝힌다.


사사삭!


횃불이 켜지자 놀란 벌레들이 도망치듯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성인 남성 두세 명이 움직여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폭과 높이를 갖춘 동굴 안을 오십여 명의 정파 고수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지나간다.

모든 사람이 지나가자 다시 주위엔 짙은 어둠과 함께 벌레들 움직이는 소리만 들린다.


맨 앞에서 좌우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어둠을 뚫고 주위를 밝히던 횃불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춰 선다.

이에 순간 정적만 감도는 동굴 안, 횃불이 일렁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멈춰선 횃불이 천천히 원을 그리듯 움직이자 횃불을 따라 이전과는 다른 넓은 암동의 모습이 얼핏얼핏 보인다.

하지만 이 암동에는 빛을 내는 돌이 없는 듯 온통 암흑이다.


암동 안에서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소리의 진원지로 순간 움직이는 횃불.

횃불이 조심스럽게 암동 구석을 밝히자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남자의 모습이 보이고 점점 횃불이 다가가자 남자가 미친 듯이 벽을 손으로 긁으며 울부짖는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맛이 없어요. 제발 저를 먹지 마세요.”


달빛도 없는 어두운 밤, 일단의 무리가 주위를 경계하며 동굴 안에서 밖으로 조심스럽게 나온다.

동굴 입구의 크기는 대략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가 최소 백 장(300m)은 넘어 보이고 높이는 이십 장(60m) 정도로 꽤 높다.


동굴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펼쳐진 숲, 마치 열대우림 지대를 연상시키듯 커다란 나무들이 주변을 빼곡히 메우고 있고, 숲과 동굴 사이에는 이백 장(600m) 정도의 공터가 자리하고 있다.


마검과 마검대가 동굴 밖으로 나오자 구름에 가려있던 파란 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세상을 파란빛으로 물들인다.

가만히 달을 바라보는 마검, 혼잣말하듯 중얼거린다.


“마기가 너무 짙군.”


이때 멀리서 날 듯 달려와 마검 앞에 무릎을 꿇는 마검대의 단주 공손진.


“부교주님! 열 명씩 세 개 조 주변 정찰 시행하겠습니다.”

“알았다.”

“존명”


절도 있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바로 일어나 다시 날 듯 부장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공손진과 부장들이 모여 있는 곳을 잠시 바라본 마검이 다시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본다.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 잠시 후 구름 사이로 검붉은 빛을 내는 또 다른 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순간 두 개의 달을 본 마검의 표정이 어이가 없다는 듯 일그러진다.


두 눈을 검은 천으로 싸매고 앉아 미려가 떠먹여 주는 죽을 남자아이가 받아먹는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런 남자아이를 바라보다 미려가 수저로 남자아이의 머리를 딱! 소리 나게 때린다.


“아야! 왜 때려 누나?”

“그러게 왜 여기를 따라와. 그까짓 것이 뭐가 중요하다고. 이 바보야!”


손에 쥔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남자아이가 입술을 삐쭉 내민다.


“난 그냥 누나가 이거 잃어버리면 속상할까 봐.”

“속상하긴 내가 왜 속상해. 이게 뭐라고.”

“거기 팔찌도 있던데.”


무슨 소린가 하고 미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팔찌? 뭔 팔찌?”

“누나 첫사랑이 준 거라며. 저번에 그랬잖아. 누나가 소중한 거라고. 그리고 정말 사랑했다고···.”

“그만! 먹어.”


죽을 떠 신경질적으로 남자아이의 입에 수저를 밀어 넣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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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정찰조. 22.05.13 289 1 10쪽
8 8화. 미려와의 재회. 22.05.13 291 1 10쪽
7 7화. 미려와의 재회. 22.05.12 296 2 10쪽
6 6화. 암흑 너머로 떠나는 사람들. 22.05.12 323 1 9쪽
5 5화. 미려와 주방 남자아이의 만남. 22.05.11 342 2 9쪽
4 4화. 미려와 주방 남자아이의 만남. 22.05.11 363 4 10쪽
3 3화. 미려와 주방 남자아이의 만남. 22.05.11 414 3 10쪽
2 2화. 서복의 동굴과 암투. 22.05.11 518 7 10쪽
1 1화. 서복의 동굴과 암투. 22.05.11 77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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