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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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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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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글자수 :
4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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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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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화. 미려와 주방 남자아이의 만남.

DUMMY

#4화.




미려의 눈치를 보며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서럽게 흐느끼는 남자아이.

그런 남자아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미려, 칼을 칼집에 집어넣는다.


“너! 이름이 뭐야?”

“이름은 없고 그냥 다들 병신이라고 불러요.”

“병신?”

“네 병신이요.”

“너 무슨 문제 있냐?”

“잘 못 걸어요. 어지러워서.”

“부모님은?”

“그런 거 없어요.”

“나도 없어. 그러니까 울려고 하지 마라.” 미안한지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우다 남자아이가 가지고 온 쟁반을 보곤, “저건 뭐야?”


“밥이랑 오늘 저녁에 나온 장국이랑 고기볶음이요.”

“저걸 왜 가지고 온 거야?”

“저거 먹고 밤에 주방 와서 난장 피우지 말라고요. 저 아침마다 누나가···. 치우느라고 정말 힘들다고요.”

“알았어. 대신 매일 밥 가지고 오면. 아침, 저녁 두 번 어때?”

“저 아침에는 바빠서 힘든데, 저녁 한 번만 하면 안 될까요?”

“안 돼. 그리고 절대 나에 대해서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되고. 알았지?”

“네. 알았어요. 두 번, 그리고 절대 말 안 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 이름은 미려다. 그러니까 다음부터 미려 누나라고 불러.”

“네. 미려···. 누나.”


누나라는 남자아이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짓는 미려, 잠시 남자아이를 쳐다보다가 ‘그래 언제라도 죽이면 되지’라고 생각을 정리하곤 슬쩍 쟁반이 놓여있는 곳으로 가서 수저를 들고 밥을 깨작거리며 먹기 시작하다 배가 고팠는지 점점 빠르게 허겁지겁 밥을 먹어치운다.


식당 천막 밖 한쪽 구석에서 양파를 다듬고 앉아 있는 남자아이와 미려.

미려가 대충 양파를 다듬어 양파를 모아놓는 나무로 된 바구니에 던져놓자 인상을 찡그리는 남자아이, 미려가 던져놓은 양파를 다시 집어 들며.


“아! 정말 이러면 안 된다니까요. 자 봐요. 이렇게 깔끔히 껍질을 벗겨줘야 한다니까요. 알았어요?”

“알아.”

“아니 알면서···.”

“그만. 알았다고 했다.”

“네.”


강압적인 미려의 태도에 꼬리를 내리는 남자아이, 하지만 손질하고 있던 양파를 다시 대충 깎아 바구니에 던지는 미려를 보곤 어이없다는 듯 다시 잔소리하려다가 한숨을 내쉬곤 미려가 던져놓은 양파를 꺼내 다시 손질한다.


“너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

“식당이요 아니면 이곳 숙영지요?”

“둘 다.”

“숙영지에 들어온 건 삼 년 정도 됐고. 식당에서 일하게 된 건 이년 정도 됐어요.”

“그럼 열 살 때 이곳에 온 건가?”

“네.”

“혼자?”

“네. 혼자요. 버려졌어요. 원래는 저기 동쪽에 어디더라 저기 저쪽으로 쭉 가면 산하나 나오잖아요. 장···. 뭐라고, 거기서 도공 밑에, 한 사오 년 일하며 살다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도공이 명나라로 끌려오게 되는 바람에···.”


“너 동이족이니?”

“네. 맞아요. 저 동이족이에요.”

“말이 다르지 않나? 그쪽하고.”

“다르죠.”

“다른데 넌 왜 우리말을 그렇게 잘해?”


“그 동네 사는 도공들은 다들 명나라 사람들하고 거래해야 해서 명나라 말을 어느 정도는 다 알아야 해요. 안 그럼 장사 못 하니까요. 그래서 저도 이래저래 듣고 따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거고요, 그리고 여기서 또 어쩔 수 없이 살다 보니 자연스레 말이 늘더라고요.”

“그랬구나. 근데 도공 밑에서는 뭐 하고 살았냐?”

“도공 밑에서 그릇 만들고 살았지, 뭐 했겠어요. 당연한걸···.” 이라고 말을 하다가 미려가 양파를 대충 까서 다시 바구니에 던져 넣자. “아! 정말 똑바로 까라니까요. 그렇게 까면 제가 다시 까야 한단 말이에요.”


미려가 바구니에 던져 넣은 양파를 들고 미려에게 내밀며 짜증을 내는 남자아이.

그런 남자아이의 머리를 아무렇지 않게 쥐어박으며 미려가 일어난다.


“끝, 간다. 보조 숙수에게 말 잘해 놔라.”

“네, 근데 정말 이곳에서 일하실 거예요?”

“어. 왜?”

“아니에요. 알았어요.” 슬쩍 미려의 눈치를 보며 말을 마무리 짓는다.


주위를 살피곤 목에 두르고 있던 천으로 얼굴을 가리는 미려, 천막과 천막 사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골라 움직인다.

그런 미려를 보며 투덜거리는 남자아이.


“미친년 또 저 지랄이네. 누가 지를 신경이나 쓴다고 저 지랄을 하는 건지, 에고 내가 말을 말아야지. 하여간 세상에는 미친 것들이 너무 많아 탈이네! 탈이야.”라고 투덜거리며 다시 양파를 까기 시작한다.


한두 달에 한 번 여자와 각종 생필품을 가지고 숙영지에 와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숙영지에 들어오자 그동안 여자에 굶주렸던 병사들이 뛰쳐나와 환호성을 지르며 여인들을 맞이한다.

물론 이곳까지 오게 된 여인들은 한물 아니 막장 퇴기 이거나, 얼굴이나 몸에 문제가 있는 여인들이다.

하지만 여인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의 병사들에겐 마치 명기 인양 좋은 대우를 받는다.


마차에서 상인들이 각종 생필품과 군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좌판에 펼쳐놓는다.

그러자 그동안 필요했지만 구할 수 없었던 물건들을 사기 위해 병사들과 이곳 숙영지에서 생활하는 민간인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비틀거리며 사람들 사이를 뚫고 한 생필품들이 깔린 좌판 앞에 멈춰서는 주방에서 일하는 남자아이, 이것저것 물건을 살피다가 가죽으로 된 장갑을 잡아 들고는 몇 번을 손에 끼어보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저 이거 얼만가요?”

“십 전이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다섯 개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다 슬그머니 장갑을 내려놓는 남자아이, “수고하세요.”라고 상인에게 인사를 하곤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식당 천막 쪽으로 뒤뚱뒤뚱 걸어간다.


식당에서 일하는 남자아이가 가지고 온 밥을 허겁지겁 먹는 미려, 배가 고팠는지 밥과 반찬을 싹싹 비운다.

여자답지 못하게 게걸스럽게 밥을 먹는 미려의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는 남자아이.

이때 낮에 남자아이가 사려고 했던 장갑을 미려가 남자아이에게 툭 하고 던진다.


“작아서, 바꾸기도 귀찮고. 너 껴라. 잘 먹었다.”라고 말하곤 쑥스러운지 허둥대며 천막을 나간다.


황당한 표정으로 천막을 나가는 미려를 쳐다보는 남자아이, 두 손에 들린 장갑을 이리저리 살피곤 손에 끼어본다.

손에 장갑이 딱 맞는다.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몇 번을 하다가 뭐가 그리 좋은지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혼자 웃기 시작한다.


십오일 정도가 지난 어느 저녁, 멀리 붉은 석양이 세상을 뒤덮을 때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이차 서복 원정대가 드디어 숙영지에 도착한다.

거친 사막을 지나오면서 고생을 심하게 했는지 무림인들과 금의위 군사들의 눈빛에 은은하게 살기가 배어 있다.

그래서일까? 숙영지를 맡은 막장군과 그의 부관들이 서둘러 뛰쳐나와 금의위 수장 임호연 장군 앞에 정렬해 “충”이라고 외치며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오랜만이군. 자네.”

“네. 삼 년 만에 뵙습니다.”

“벌써 그리되었나. 그렇군.”


뭔가 아쉬운 듯한 눈빛으로 막장군을 쳐다보곤 시선을 돌려 숙영지를 바라보는 임호연 장군.


“마교 사람들은 아직 도착 전인가?”

“네. 보고에 의하면 이삼일 후에나 도착할 것 같습니다.”

“조금 늦는군. 알았네.”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무림인들을 쳐다보는 임호연 장군, “자네도 봐서 알겠지만 다들 많이 지쳐있네. 힘들겠지만 신경 좀 써주게.”

“알겠습니다. 장군님! 피곤하실 텐데, 그만 막사로 가시죠.”


막장군을 따라 이동하는 임호연 장군과 금의위 부관 곽진호 그리고 임호연 장군의 호위 임무를 맡은 금의위 군사들.

멀리서 임호연 장군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는 미려, 혼잣말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라고 중얼거린다.

그런 미려에게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주방 남자아이, 미려가 준 장갑을 두 손에 끼고 천으로 쌓여있는 무언가를 들고 있다가 뒤로 슬그머니 숨긴다.


“누나 여기서 뭐 해?”


갑작스러운 남자아이의 말에 미려가 살짝 놀라 뒤돌아본다.


“어···. 아니···. 그냥. 오늘 저녁은 뭐니?”

“완전 특식, 오늘 원정대가 온다나 봐. 그래서 지금 주방은 난리야. 엄청 바빠.”

“바쁜데, 넌 왜 이러고 있냐?”

“나야 뭐···. 이거”


등 뒤에 숨기고 있던 것을 미려에게 내미는 남자아이.

미려가 이게 뭐냐는 듯 쳐다보자


“어서 받아 나 바빠” 들고 있던 물건을 미려의 손에 쥐여주곤 급히 뒤돌아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그렇게 십여 걸음 걸어갔을까? 남자아이는 발이 꼬여 그만 땅바닥에 철퍼덕하고 넘어지고 만다.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땅바닥에 누워있는 남자아이, 마치 홍시처럼 벌겋게 변한 얼굴로 가만히 누워있다가 창피하지 않은 척 슬그머니 일어나 미려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주방 쪽으로 뛰어간다.


이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미려가 손에 들린 물건을 쳐다보곤“뭐야 저 녀석!” 물건을 감싼 천을 한올 한올 풀어 헤친다.

그렇게 풀어 헤치자 보자기 손엔 먹음직스러운 왕 만두 세 개가 들어있다.

아무런 감흥 없이 입맛을 다시며 만두 한 개를 베어 무는 미려, 만두를 씹으며 임호연 장군이 들어간 천막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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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정찰조. 22.05.13 289 1 10쪽
8 8화. 미려와의 재회. 22.05.13 291 1 10쪽
7 7화. 미려와의 재회. 22.05.12 29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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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미려와 주방 남자아이의 만남. 22.05.11 342 2 9쪽
» 4화. 미려와 주방 남자아이의 만남. 22.05.11 364 4 10쪽
3 3화. 미려와 주방 남자아이의 만남. 22.05.11 415 3 10쪽
2 2화. 서복의 동굴과 암투. 22.05.11 518 7 10쪽
1 1화. 서복의 동굴과 암투. 22.05.11 77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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