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사나이 미스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박길
작품등록일 :
2016.07.25 05:29
최근연재일 :
2016.08.03 06: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648
추천수 :
0
글자수 :
33,574

작성
16.08.02 06:00
조회
31
추천
0
글자
8쪽

분노

재밌게 읽으세요!




DUMMY

10 분노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패배후 치솟던 그 뜨거운 분노도

이번 일이 다 내 잘못으로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자

놈을 용서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 사나이 미스터!

패배에 반드시 응징하지만

이번만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그 한 번의 패배로 내 잘못을 씻을 수 있다면

기꺼이 놈 앞에서 무릎을 꿇어 주겠다


-미스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아냐 아무것도....


오늘 박사와 쇼핑몰에 가기로 했다

새로 생긴 곳인데 쇼핑몰 안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아이들 사이에 명소가 됐다

모든 학교 학생들의 아지트겸 약속장소인 것이다

여기저기 근처에 있는 모든 학교 학생들이 다 모여 있었다

몇몇 안면이 있는 아이들도 다수 있었다


-여~어서들 와! 조금 늦었네?


먼저 와 있던 용재와 탁희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어서와! 미스터 왜 그렇게 죽상이야?


탁희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타박을 한다

표정이나 말투에서 나를 위로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배려와 위로가 오히려 자존심을 건드렸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패배의 쓴 상처는

내 얼굴에 깊은 어둠을 남겼다


‘아무렇지 않아'라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간은 모든 상처를 아물게 한다

아픈 기억을 잊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단 하룻밤이면 얼마큼 큰 고통일지라도

소나기처럼 잊혀져 간다

어느 누군가에겐 5년 동안 잊혀지지 않는 상처였지만...


-죽상은 무슨....그나저나 나도 뭐 좀 시켜야겠다

박사? 넌 뭐 먹을래? 초코 얹은 거 먹을래? 아님 바닐라?


-난 바닐라가 좋겠어


가게 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음악소리와 어우러져

아이들이 떠드는 소음으로 정신이 없었다

너무 정신이 없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음악소리에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소리가 점점 작아져 사라지듯 멀어져갔다

탁희가 날 위로하려고 한 그 말 때문에

그날의 패배가 다시 떠올랐다

얼굴이 화끈 거리고 심장이 뜨거워 졌다


그 날 내가 침착하게 놈과 대적했더라면

내가 승리할 수 있었을까?

만약 서둘러 승부를 끝내려 하지 않았더라면

마지막엔 승리할 수 있었을까?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은 사라지고

녀석과의 승부를 생각하자

다시 몸이 뜨거워졌다


녀석과 펀치를 주고받던 그 순간에

녀석의 펀치를 피하고 내가 킥을 날렸다면....

녀석의 강한 펀치를 얼굴로 밀고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 펀치를 피해 킥을 날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면 펀치를 날리려 놈의 어깨죽지가 열렸을 때

그 사이로 재빠르게 파고 들어가 턱을 노렸다면...?


무수히 많은 전투 장면이 내 머리를 스쳐갔다

생각할수록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움은 인간의 예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짐승들끼리의 경쟁에 대한 것이다


-미스터? 비 온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내리지?


탁희 눈이 동그래지더니 활짝 웃는다

쇼핑몰에서 나왔을 때 거리는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먹구름까지 잔뜩 끼어 더욱 더 어두운 하늘에서

커다란 화살처럼 비가 쏟아졌다

네온사인과 자동차 불빛들이

탁희의 눈동자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미스터? 내일 보자! 박사하고 다른데 들릴 데가 있어

비 오는데 조심히 들어가!...탁희도 안녕!


-그래? 용재, 박사 두 사람도 조심히 들어가! 안녕!


두 사람이 앞에 있는 골목 모퉁이로 뛰어갔다

두 사람이 차고 뛰어가는 바닥으로

비 웅덩이가 첨벙거리며 물을 뱉어냈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리고 하늘은 더욱 더 어두워져 갔다


-우리도 갈까?


내 윗도리를 벗어 탁희와 같이 머리를 가렸다

영화 클래식 포스터였었나? 두 사람이 옷을 뒤집어 썻던게...

아무튼 비가 오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작은 옷이어서 가리나 마나 였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모퉁이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빌리조엘의 스트레인져가 거리에 흘러나왔다

비는 차가운 물과 함께 냄새도 실어 날랐다

세찬 바람에 바지는 다 젖어가고 오싹 한기마저 느껴졌다

탁희 몸에서 알 수 없는 향기까지 더해져

정신은 점점 혼미해져 갔다

길을 걷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숨이 가빠져 왔다


-너희들 세 사람! 보기 좋아...젊음을 제대로 즐기는 것 같아!

그 왜 소설 있잖아? 맞다 삼총사! 거기 주인공들 같아..


삼총사!

그 소설을 생각을 오래 해야 기억할 수 있는건 탁희뿐이다


-쑥스럽다...탁희 너 역시 활력이 넘쳐서 보기 좋아

건강하고 단단한 인간 돌고래 같아...


-하하하...뭐? 인간 돌고래라구?...하하하


탁희 웃음소리가 빗방울에 반사돼 더 크게 울렸다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탁희가 보였다

거리낌 없이 웃고 있다

세상의 주인공은 자신 뿐이라고 얘기 하는 듯 웃었다

누가 있어 저 웃음 소리를 가로 막고

넌 주인공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을 온전히 다 가진 건강한 웃음이었다


-미...미..스터! 미스터? 헉헉


숨차게 뛰어오는 녀석은 같은 학교 아이였다


-미스터! 큰일 났어...용재와 박사...두 사람이....


녀석의 말투에서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무슨 소리야? 침착하게 얘기해봐 어서!


-미스터...두 사람이 당했다...태호! 그래 장태호!

그 놈에게 용재와 박사가 린치를 당했어...

십수명이 둘러싸서 두사람을 죽일 듯 밟아댔어...

너무 심하게 당해서 아예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야..크흑...

이건 너무 심해... 이건 이래선 안돼!

이건 아이들의 싸움이 아니었어...학살이었어...흑흑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됐다

태호의 원한은 나! 미스터 뿐이었다

녀석이 내 친구들에게 린치를 가할 이유가 없었다

이 녀석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무슨 소리야? 그 두 사람은 녀석과 전혀 상관이.....!!


그때 용재와 박사가 서로를 의지한 채

길모퉁이에서 비틀거리며 나에게 다가 왔다

멀리서 보아도 간단하지 않은 타격을 당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림이 그려졌다

나와 헤어진 후 녀석들에게 닥쳤을 끔직한 일들이....

멀리서 비틀대는 두 사람의 몸짓 만으로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이 빗속을 내 친구들이 피를 흘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 내 친구들이 피를 흘려가며 울부짖던 순간에

난 계집에게 빠져 혼이 나가 있었다

.

.

.

머리를 가렸던 옷을 접어 탁희에게 건넸다

난 그대로 비를 흠뻑 맞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들킬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서둘러 옷을 벗어 탁희에게 건넸다


-탁희야.... 먼저 들어가야 겠다! 난 가볼 데가 생겼어....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고

탁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에게 걸어갔다

내가 오는 것을 보고 긴장이 풀렸는지

두 사람이 비 젖은 땅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괜찮아?


그 말 외에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너희들과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가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흐흐...이정도야 뭘....헉헉....


용재가 웃어보였다

말없이 용재의 어깨를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박사는 용재 품에서 고개를 떨구고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어디냐?


용재가 막다른 길을 가르켰다


-쉬고 있어! 금방 올 수 있을꺼야!


눈에서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아니면 눈물인지....

뭐 그런 거야 중요한 게 아니지!


뒤돌아 빗속을 뚫고 달리기 시작 했다

이 비가 그치면 녀석이 사라질까?

이 비가 그치기 전에 녀석에게 가서 전해야한다


사과? 내 잘못에 대한?

후....

웃기지 마라!

이제야 알겠다

사과는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는 걸


장태호!!!

널 오늘 죽일 것이다


잘근잘근 뼈째 씹어 진물이 다 빠져 고깃덩이만 남았을 때

차가운 하수도에 남은 피 한 방울까지 모조리 뱉어내 주마


감히 내 친구들을 건드리다니...

죽어서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말았다

그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통곡을 하며 깨닫게 될 것이다


기다려라 나의 적이여 !!

기다려라 나의 슬픔이여....!!


내 반드시 오늘!!

널 죽여 버리겠다!!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나이 미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종지부 16.08.03 23 0 12쪽
» 분노 16.08.02 32 0 8쪽
9 수모 16.08.01 32 0 8쪽
8 기억 16.07.31 36 0 8쪽
7 미지의 적 16.07.30 27 0 8쪽
6 찬란한 날들 16.07.29 53 0 7쪽
5 청춘 16.07.28 102 0 7쪽
4 초대 16.07.27 38 0 6쪽
3 하교 16.07.26 148 0 7쪽
2 조회 16.07.25 49 0 2쪽
1 월요일 16.07.25 109 0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