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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사나이 미스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박길
작품등록일 :
2016.07.25 05:29
최근연재일 :
2016.08.03 06: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647
추천수 :
0
글자수 :
33,574

작성
16.07.31 06:00
조회
35
추천
0
글자
8쪽

기억

재밌게 읽으세요!




DUMMY

8 기억


녀석은 쓴 웃음만 흘리고 있었다

도무지 녀석을 기억해 낼 수 없었다

놈의 행동으로 봐선 날 잘 아는 것이 분명했지만

언제 어디서 녀석을 만났던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말해라! 날 어떻게 알고 있는지


녀석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아직도 얼굴엔 나에 대한 적개심과 묘한 슬픔이 있었다


-5년 전...들꽃수목원!....기억 나?


들꽃수목원!!

그래 그 들꽃수목원!

헌데 저 녀석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그래서?....그 곳에서 무...슨...!!


들꽃수목원!!

아! 그리고 저 웃음!


이제야 기억이 난다

그래 그 녀석이다! 장태호!

녀석이 분명하다



5년 전....



휴일을 맞아 학교 친구들과 수목원에 놀러 갔었다

녀석이 말한 그 들꽃수목원!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곳인데

전 세계에 희귀한 식물들만 수입해 전시하곤 했다

그날도 아르헨티나 오지에서만 볼 수 있다는 식물을 수입해

특별 전시한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들과 구경하러 갔었다

주말을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식물원을 찾았고

끝도 없이 이어진 줄에 슬슬 지루해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때!

녀석을 만났다


녀석 역시 친구들과 구경을 온 것 같았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내 옆을 막 지나치고 있었는데

녀석이 어깨로 나를 살짝 밀치고 지나쳤다

고의가 아니라는 걸 부딪히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녀석은 고개를 돌려 살짝 웃어 보이곤 그냥 지나쳐 지나 갔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 사소한 일에 흥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티켓을 사는 줄이 너무 길어 지루해 했고

게다가 친구들도 서너 명 같이 있었다


-거기.....서라!


조용하고 묵직하게 소리를 뱉었다

녀석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나를 쳐다봤다


-가까이 와서 너의 무례에 예를 갖춰 사과해라...정중하게...!


녀석이

-픽-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뭐라는 거야? 너 나하고 장난 하냐 지금?


녀석은 뭐 그런 일로 사과까지 하라는거냐는 듯 빈정댔다


-음!....

한 번 더 기회를 주마...

예를 갖춰 사과해라....당장!


조금 굳어진 내 모습에 녀석도 긴장한 듯 마른 침을 삼켰다


-뭐?

참~나!

어깨좀 부딪힌 거 갖고 갖은 폼을 다 잡네...

싫다면? 싫다면 어쩔 거야?


녀석이 같이 있던 친구들을 의식한 듯 과장되게 행동했다


난 녀석에게 다가갔다

뚜벅뚜벅....

한 걸음씩 다가가자 녀석은 뒤로 한 발자국씩 물러섰다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까지 다가섰을 때

녀석에게 더욱 강하게 내질렀다


-이번이 마지막이다!....어서 사과해라!


의기양양하던 녀석은 나의 기에 눌려 겁을 잔뜩 집어 먹었다


-이...이 새끼가....뒤..뒤질려고...


당황한 녀석은 뒷걸음질 치며 손을 휘저었다

놈이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살인적인 러시안 훅을 놈의 옆구리에 적중시켰다

격투황제 표도르의 주특기였다

옆구리를 부여잡고 놈이 무릎을 꿇었다

반 쯤 주저앉은 녀석의 얼굴에

사정없이 미들킥을 연거푸 작렬시켰다

녀석의 안면은 짧은 순간에 초토화 되었다

평소의 나 답지 않은 과한 응징이었다

더구나 실수로 어깨를 부딪친 사람에게는 너무 과한....


하지만...그 날!


내 친구들 중에 탁희가 끼어있었다

탁희 앞에서 나의 강함을 뽐내고 싶었다

너의 앞에 있는 이 사나이 미스터!

두려움에 굴하지 않는 진짜사나이라는걸

증명하고 싶었다


14살...

난 철없는 사춘기 아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녀석은 잠시 의식을 잃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린 녀석은 엉망이 된 자기의 얼굴보다

자기를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창피했다

그렇게 멍하게 있던 녀석은 곧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비틀거리며 자리를 떠나는 녀석의 뒤엔

수많은 사람들의 비웃음과 낯선 시선들이 화살처럼 꽂혔다

중얼중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걸어가던 녀석이

뒤를 돌아 나를 봤다


-너!....이름이 뭐냐?


전투에서 이겼을 때

나는 승리의 기쁨에 싸여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때 녀석이 나의 이름을 물어보던 그 순간은...

태어나 처음으로 창피함을 느꼈다

나의 보복이 사나이의 방법이 아니라는걸

전투가 끝나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나..나..는 미스..터라고 한다


평소에 하지 않던 말 더듬는 행동까지 할 정도로

난 그 순간의 내 모습에 큰 실망과 수치를 느꼈다


-난...장태호 라고 한다

오늘 이 일은 잊지 못할 거야...

정말 고맙다! 이런 잊지 못할 추억을 줘서...크크


녀석은 쓴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사라져 갔다...




아련한 기억 속에 살던 그 장태호!!

녀석이 지금 내 앞에 서있다

그때와는 무척 달라진 외모와 분위기를 풍기며...

키가 훌쩍 자라 있었고 잘 벌어져 발달한 어깨와 쭉 뻗은 하체까지....

녀석은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장태호! 넌 장태호다

이제 기억이 난다


-흐흐흐...지금이라도 기억해 줘서 고맙군....

아예 기억을 못하면 많이 민망했을텐데....


-모습이 많이 변했구나?


-그래 보여? 변하지 않으면 안됐었지...그런 모욕을 당했는데...

크크크


이제야 녀석의 얼굴에서 풍기던 어두움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너한테 그 수모를 당하고 난 곧장 대전으로 갔다


-대전?


-그래 대전!...

그 곳에서 독대를 만났지..

물론 만나려고 갔지만...


독대!!!

야전전투의 대통령!!

격식을 차리지 않는 생사를 건 전투에서 1인자라 불리우는 남자!

이종격투기 챔피언마저 링 밖으로 불러내 작살을 낸 전설!


-독대가 묻더군...자신에게 뭘 배우러 왔는지..

그래서 난 얘기했지..

한 남자를 죽이고 싶다고.....

내 영혼를 짓밟아 죽인 한 남자!

미스터라 불리는 사내....

그 사내를 죽이고 싶다고....


녀석은 싸늘하게 웃고 있었다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녀석에게서 풍기는 기도는 어둡고 무서운 것이었다


-그때 부터였다...

그 전의 나를 죽이고 새로 태어나기 위해 독대의 하드트레이닝을 견뎌낸 것이..

오로지 너 하나만 생각하며 견뎌낸 시간이었다..

나에게 준 그 모욕의 열 배 백 배로 갚겠다는 일념!

그 목적만 가지고 살아남았다..

오로지 널 다시 만나 박살 내겠다는 한 가지 생각으로!


난 고개를 숙였다

녀석의 한과 복수의 의미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런 모욕을 당했다면

녀석과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

.

.

.

난 지금 탁희와 함께 있다!


녀석과 나!

단 둘 뿐이라면 난 녀석에게 무릎 꿇고

그날의 남자답지 못한 내 행동을 사과하고 용서 받고 싶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날의 내 모습에 지금까지 괴로워하지 않았던가!

나 답지 않은 인정하기 싫은 내 모습이었지만 남자답게 인정하고 용서를 빌고 싶다


탁희만 없다면...

탁희만 아니라면....


하지만 오늘 너에게 사과할 수 없다

그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너의 날이 아니다...아직까지는



오너라...나의 적이여

널 무너뜨려 땅에 처박은 후에야

내 너의 땀을 닦고 피를 마시며

니 앞으로 내 손을 내밀어 널 일으켜 세울것이다


니 앞에 진심으로 무릎 꿇고 통곡하며 용서를 구하리라

피눈물을 쏟으며 잘못을 빌 것이다


나의 모든 사과와 용서를 그때서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용서하라 나의 적이여...


한 여인은

나 미스터를

눈멀게 한다...


어서 오너라...

나의 미안한 적이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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