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특별 초단편 겜판소
 
주인공은 NPC 2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나는 모두가 우러러보며 내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아바타를 출시해달라고 하던, 아라만 대륙에서 가장 예쁜 NPC 티올라다.
 
내 직업은 무기 판매다. 워낙에 비싼 걸 팔고, 또 이 게임이 자유도가 워낙에 높다보니 온갖 방법으로 나를 등쳐먹는다. 사기를 당한다고 내가 물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다.
 
제작자들도 결국은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나를 선공으로 설정하고 절대적인 강함을 부여했다. 게다가 소지금 천만 골드 이하인 사람이 다가오면 무조건 척살하도록 Ai를 설정. 절망이다.
 
그것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날마다 오는 레이드 파티가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유일한 자존심이며 낙이던 외향은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 헌데 LoRD 게시판이 이러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티올라 말인데요. 어지간한 보스보다 더 강한데 너무 예쁘게 생긴 거 아니에요? 세면 겉모습에서 좀 강한 티가 나야 알아보고 안 덤비죠. 이건 세도 너무 세잖아요.」
 
아. 이 글 올린 새키 누구야. DB 해킹은 내 권한도 아니라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진짜. 그러한 이유로 현재 내 모습은-
 
 
 
드래곤 로드의 하체에 마왕의 상체. 덩치도 더럽게 커서 이마에 원래 내 원판이 콕 박혀있는데 사실 보이지도 않는다. 더 화나는 사실은 이제 나를 죽이면 내 원판 코스프레 아바타가 드랍 된다는 사실.
 
 
 
……. 누구 나보다 기구한 사연을 지닌 분이 있으신가? 아놔. 그러면 Ai를 좀 바꿔주고 내 인공지능을 빼서 다른 NPC라도 주라고. 아놔. 차라리 나를 정식 몬스터로 등록 하던가! 아놔.
 
제작자 이 망할 녀석들 같으니. 서버 렉이나 오류나 좀 나라. 활동반경에서 벗어나서 다 쓸어버리게!
 
 
 
 
 
당연한 소리겠지만, 내가 있는 곳은 마을이다. 유저들이 죽으면 마을에서 리젠된다. 경험치 하락도 없고 아이템 드랍도 없다. 피와 엠을 채울 여관도 가깝다. 즉… 손해가 없으니 이 녀석들이 미친 듯이 덤빈다.
 
제발 나 좀 살려줘!!! 누가 나를 구원해줘!!! 으으악! 인간이라면 돌아버렸겠지만 프로그래밍인 나는 미칠 수도 없다고!!!
 
내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도, 내 몸은 착실하게 Ai에 맞춰서 레이드 파티를 붕괴시킨다. 아직 게임이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서 배운 사람도 몇 없는 고위급 마법을 나는 마구 휘갈긴다.
 
어? 이건 처음 보는 기술인데? ……. 제작자 이 새키들! 나한테 신규스킬 적용해놓고 테스트하고 있었어!!! 대체 언제부터야!!!
 
……. 좋은데? 범위도 넓고 대미지도 높고. 쿨타임이 조금 길기는 하지만. 사정거리도 좋고…. 그래. 이거라면…….
 
 
 
나는 NPC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활동 반경은 정해져있다. 나는 그 밖으로 무슨 수를 써도 나갈 수 없다. 허나 그 끝에 걸쳐서, 이 엄청난 사정거리와 범위를 지니는 신규 스킬을 마을의 정중앙에 폭사!
 
콰아아앙!!!
 
와우. 호쾌하게 죽어나간다. 어? …. 마을 밖에 있는 녀석도 죽었나보다. 레벨이 올랐다. …. 47? 난 1이었는데? 저레벨이어서 그런지 레벨도 빨리 오르는데? ……. 오호라. 스킬도 있네? 스탯도 있고? NPC에게 왜 스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작자들 한 번 망해보라지. 이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어주마.
 
아니야. 지금 당장은 아니야. 이건 기회야. 제작자들이 막아버리면 그대로 끝나는 기회. 제대로 때를 노려야 해. 패치는 매주 화요일. 어지간한 사항이 아니라면 임시점검을 안 하지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큰 패치를 도무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제작자들 대부분이 자리를 비우는 명절을 노려야지….
 
 
 
 
 
그로부터 세달 뒤, 세계에서 가장 큰 명절. 예상대로 많은 수의 제작자들이 자리를 비웠고, 서버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으로는 패치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때를 노린 티올라의 무차별적인 공습 시작. 범위가 마을 밖을 넘어서자 유저와 몬스터를 잡으며 레벨업 시작.
 
 
 
1시간 뒤, 쿨타임 감소 스킬 마스터.
 
2시간 뒤, 화속성 강화 스킬 마스터.
 
 
 
레벨 93. 지능 107. 신규 스킬 한 방으로 배경 구조물까지 파괴 가능한 경지에 도달. 고르센의 수도, 베시린 완전 붕괴.
 
서버 임시 폐쇄. 허나 명절이라는 휴일의 특성상, 항의가 빗발쳐 들어옴. 베시린에 절대로 가지 마라는 공지와 함께 임시로 서버 개설. 허나 가지 말라면 더 가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욕망.
 
 
 
4시간 뒤, 사정거리 확장 스킬 마스터.
 
7시간 뒤, 범위 확장 스킬 마스터.
 
 
 
레벨 150. 만렙 도달. 지능 208. 신규 스킬 한 방의 범위가 시야를 최대한 확장한 범위보다 넓음. 사정거리, 바다를 건너서 다른 대륙까지. LoRD 게임 세계, 완전 붕괴.
 
늦어서라도 제작자들이 돌아오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 이러한 엄청난 상황에서 유저들의 항의는 어떻게 제어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들이 쩔쩔매는 사이- 같은 시각 티올라.
 
 
 
……. 좋아. 이제 접속자 수 0명 도달. 나를 괴롭힐 대상은 아무도 없어! 없다고! 와하하하하하!!
 
 
 
< LoRD, 거듭된 사과를 올리지만 티올라에 의해 엄청난 고가의 아이템을 흘렸다며 항의가 빗발침. 소송을 건 자들까지 생각하면 명백히 손해가 나는 게임. 운영 정책상 실수로 인해 서비스 중지 >
 
 
 
막장 겜판소 -끗-
 
 
 
---------------------------
 
 
 
이게 대체 언제적 글인지도 애매합니다. 아마 2008년도나 2009년도 글 같네요.
 
긴가르시온 나오죠? ...
 
로르드는 작명하기 귀찮아서 막 지은 거. Lord.
 
네... 성도 로임펠에서 만들어낸 가상현실시스템을 기반으로...
 
온라인 게임 출시됩니다........
 
그겁니다...........
 
비록 성도 로임펠 시점에는 1편에 나온 1세대, 2세대이지만.
 
뭐 굳이 쓰자면 이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일이 되도록 쓸 수 있습니다.
 
티올라 패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