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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The Final Fron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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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 미생물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중·단편

통통배함장
작품등록일 :
2012.12.30 09:48
최근연재일 :
2013.01.13 09:34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393
추천수 :
46
글자수 :
35,125

작성
12.12.30 09:50
조회
581
추천
4
글자
9쪽

유령선<1>

DUMMY

첫번째 이야기

유령선(幽靈線)









아무리 생각해봐도 캐시는 자신이 이 우주여객선에 타게 된 것이 기막힌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식민 성계 알파 픽사 출신인 그녀가 가진 것이라곤 1년간 일해서 번 3000위랑의 돈과 지금 입고 있는 옷, 그리고 별 도움 안 되는 고고학 지식뿐이었다. 그녀는 알파 픽사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 물론 그마저도 2년 하다가 때려 쳤지만.


이렇게 별 볼일 없는 그녀에게 연합 최고의 우주여객선인 “아키반”호에 탑승하게 될 기회가 주어진 것은 순전히 기막힌 행운 때문이었다.


그녀는 열흘 전 알파 픽사III 회의 지구의 자신이 좋아하던 커피숍에서 어느 날처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건 그녀가 출근하기 전에 거의 매일같이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 날 아침은 뭔가 달랐다. 무척 세련되고 잘생긴 젊은 남자가 커피숍 맞은편에 앉았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캐시와 나이가 비슷해보였고, 말끔한 옷 차림새는 분명 전문직 남성이거나 무슨 부잣집 자제인 것 같았다.


그녀가 어울리던 사람들과는 한참 동떨어져있었다. 그러니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 처사였을 것이다. 그러던 중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정하게 커피숍을 나섰고, 캐시는 그가 무언가를 흘리는 것을 보았다. 뒤늦게 남자가 흘린 것을 돌려주기 위해 나섰지만 남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고 캐시는 자신의 손에 들린 연합 최대의 우주여객선 아키반 호의 탑승 티켓을 보았다. 출발 예정 시각은 다음날 12시, 탑승 장소는 알파 픽사III 정거장이었고 특급 객실에 1인숙이었다.


그녀는 그 티켓을 손에 넣자 대담한 결정을 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짐을 챙겨 알파 픽사III 정거장으로 향하는 궤도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녀가 알파 픽사III 정거장에 처음 온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알파 픽사 성계의 다른 행성과 위성, 그리고 정거장을 방문하기 위해 알파 픽사III 우주 정거장을 수차례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물론 그녀가 태어나 이때까지 알파 픽사계를 벗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는 탑승 수속을 밟으며 호화 여객선 아키반 호를 보았다. 정거장 갑판에서 강화 유리창을 통해 본 아키반 호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우아하고 웅장했다. 플랫폼에서 나눠준 소책자에는 아키반 호의 모습과 제원, 역사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연합 최대의 우주 여객선, 아키반』


태어난 그렇게 큰 배는 처음이었다. 물론 항성간 우주선이나 화물선은 많이 보았으나, 관광 산업이 산업 기반의 대부분인 이런 낙후한 항성계에 대형 우주선이 입항할리 만무했다. 책자를 보니 사실 아키반이 정박한 것도 이벤트성 상품 때문이었다.


우려와 달리 그녀는 탑승 수속을 성공리에 끝마칠 수 있었다. 그 남자는 티켓 분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어쩌면 돈이 너무 많아 아키반 호의 탑승권 정도는 별 것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아키반 호는 곧 정거장에서 분리되었다. 캐시는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자신의 객실로 향했다. 기다란 통로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지나 자신의 방에 도착한 캐시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방은 우주선의 꼭대기 층이었다. 커다란 스위트 룸은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부엌이 딸린 구조였고 놀랍게도 앙상한 뼈대를 제외한 외벽 전체가 투명했다. 그녀는 투명 천장을 통해 멀어져가는 자신의 고향 행성 알파 픽사III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시야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다 차지한 알파 픽사III는 캐시가 자신의 방에 감탄하고 집기를 둘러보면서 30분쯤 시간을 보내자 농구공만한 크기로 작아졌다.


캐시는 방 내부 컴퓨터에서 오래된 지구 노래를 찾아 듣느라 열중하고 있었다. 컴퓨터조차 그녀가 이때까지 만져본 그 어떤 프로세서보다 빨랐다. 거의 1000억 곡에 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는데 2초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말 다했다.


노래 듣기에 흥미를 잃은 그녀는 이제 룸서비스 목록을 펼쳐놓고 가능한 것들을 살폈다. 물론 그녀의 주머니 사정으로 봤을 땐 그림의 떡이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황홀해졌다.


그사이 알파 픽사III의 크기는 추구공, 야구공을 지나 탁구공만한 수준으로 작아졌다. 책자대로라면 곧 네거티브 드라이브(Negative Drive)의 시동을 알리는 선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올 것이다.


예상대로였다.


[사랑하는 승객 여러분, 잠시 후 13:30분에 본 우주여객선 아키반 호는 네거티브 드라이브를 시동하여 광속을 초월할 예정입니다. 네거티브 드라이브가 시동되면 약간의 진입 충격이 있을 수 있으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자세를 낮추거나 단단한 물건을 붙잡아 낙상의 위험을 예방하시기 바랍니다. 본 여객선은 14시 40분까지 광속의 1890배인 네거티브11까지 가속하여 열흘 뒤인 24일 12시까지 뉴 서울 태양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예정된 도착 시각은 여객선의 사정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여행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리로 컴퓨터 모니터의 구석진 곳에서 카운트다운 프로그램이 나타나더니 10분에서 점차 내려갔다.


캐시는 고급 안락 의자에 앉아 자꾸만 멀어져가는 알파 픽사III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베토벤의 ‘운명’이 웅장한 음색을 자랑하며 거대한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왔다.


[네거티브 드라이브 시동까지 5분 남았습니다.]


캐시는 잠시 눈을 감고 쉼호흡을 했다. 어느새 알파 픽샤III는 더 작아져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보는 알파 픽사III의 모습이다. 이제 저 지긋지긋한 행성과는 영영 작별이다......’


그녀는 자신의 구질구질한 인생을 장식했던 작은 행성 알파 픽사III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이 행성에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아키반 호를 타고 긴 우주 여행을 끝마친 다음에는 태양계에 정착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아볼 작정이었다.


[네거티브 드라이브 시동까지 1분 남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캐시는 자신이 어떻게 하여 돈을 모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범법적인 방법이 그녀의 머리를 차지했다. 사실 지금까지 그녀가 고수한 양심적인 방법으로는 평생 가난뱅이를 벗어나지 못할 게 뻔했다. 그녀처럼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돈 모으기는 더 힘들었다.


[네거티브 드라이브 시동까지 10초 남았습니다.]


“될대로 되라지......”


그녀는 혼잣말을 뱉으며 알파 픽사III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제 10초 밖에는 눈에 담지 못할 그녀의 고향이었다. 빌어먹을 기억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익숙한 고향이었다.


[네거티브 드라이브 시동까지 5초 남았습니다.]

[4초.]

[3초.]

[2초.]

[1초.]

[시동합니다.]


단정한 음색의 안내방송과 함께 아키반 호는 광속을 초월해 가속을 시작했다. 움찔하는 충격이 분명하지만 불쾌하지는 않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알파 픽사III는 작은 점으로 변하더니 조금 뒤에는 그마저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컴퓨터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속도: 네거티브 단위 3.0』

『6.2 광속』


네거티브 단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광속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캐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동문을 열었다. 지도를 끼고 통로를 따라 바(Bar)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출항의 설렘에 객실에서 나와 오가는 것이 보였다. 캐시도 덩달한 설렌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바에서는 낭만적인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름 모를 악단은 The Nature Boy를 가사 없는 버전으로 연주하고 있었고, 아찔한 붉은 빛의 조명은 그들에게 신비감을 더해 주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재즈바는 캐시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게 유도했다.


그녀는 스툴 위에 앉아 바텐더에게 주문했다.


“모히토 하나 주세요.”


젊은 여성 바텐더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즉시 모히토 한잔을 만들어 내어놓았다. 캐시는 홀로 모히토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음악은 Waltz For Debby를 편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기 이 숙녀분이 마시는 술 계산은 제가 하죠.”


그때였다. 왠 남자가 그녀의 옆으로 와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캐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오른쪽 등 뒤에 선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놀랍도록 매끈하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커피숍에서 만난 남자가 연상되었지만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 근래에 멋진 남자를 만난 기억이 없는 지라 그 남자와 비교되는 것이 캐시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혼자 마시고 계시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일행은 없다고 봐야겠죠?”


남자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옆 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동의를 구했다. 쉽게 보이면 안 되기에 캐시는 언짢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술 값이라 생각하고 말동무라도 되어 주시는 게 어때요?”



(다음편에 계속)


작가의말

네거티브 드라이브(Negative Drive, 네거티브 항법)
음에너지를 이용해 우주선 앞쪽의 공간은 수축시키고 양에너지를 이용해 우주선 뒤쪽의 공간은 팽창시켜 이동하는 항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2 씨울프
    작성일
    14.06.23 18:24
    No. 1

    잘읽었습니다
    근데 유령선의 한자가 배 선자가 아니고 금, 줄 선자네요 일부러 의도하신건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통통배함장
    작성일
    15.01.10 01:33
    No. 2

    의도한 것입니다. 작중에 잘 드러난 것 같진 않지많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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